원자재(상품)가격 급락과 함께 글로벌 증시의 동반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2000년 IT(정보기술)버블 붕괴 후 주식시장이 장기간 침체기에 접어들었듯 원자재시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증시도 대세 하락기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상은 비슷해도 본질은 다르다"며 "일정 수준의 가격조정 후 반등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 2000년 IT버블 때와는 다르다

동양종금증권은 24일 최근의 원자재가격 폭락과 이머징마켓 중심의 글로벌 증시 조정이 2000년 IT버블 붕괴 때의 악몽을 떠오르게 하지만 현재 에너지관련주나 소재주가 당시의 IT주처럼 과도하게 고평가돼 있지 않기 때문에 '버블'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이 증권사의 김미연 애널리스트는 "주식시장 상승세는 과거 IT버블 당시 주가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며 "최근의 급락세는 이런 급격한 상승에 따른 부작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IT버블 때는 IT산업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오른 반면 실제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은 뒷받침되지 않아 IT섹터의 주가수익비율(PER)이 50배에 달했지만 최근 원자재가격 랠리의 최대 수혜주인 에너지섹터의 경우 PER가 10배 수준에 머무르는 등 글로벌 증시의 버블 징후는 상당히 낮다"고 분석했다.

그는 따라서 주가가 추가적으로 급락할 가능성은 낮으며 조정과정에서 낙폭이 컸던 IT대표주 등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亞시장 펀더멘털 이상무(無)

대부분 외국계 증권사들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금리인상 우려감에 따른 '유동성 쇼크'로 고통받고 있지만 '펀더멘털'이 크게 악화된 것이 아니어서 일정 기간 조정 후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는 '급락이 진입기회'라는 견해도 제시하고 있다.

메릴린치증권은 이날 "아시아 증시의 급락 이후 뭔가 다른 악재가 숨어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지만 최근의 조정은 '펀더멘털 쇼크'가 아닌 '유동성 쇼크'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어서 최근의 조정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메릴린치증권은 2004년 4월 중국의 긴축정책에서 촉발된 증시조정은 '펀더멘털 쇼크'로 요즘의 상황과는 달랐다고 덧붙였다.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의 동 타오 아시아 수석분석가도 "아시아의 주가 급락은 저금리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과 차익실현 매물에 기인한 것 같다"고 평가하며 "펀더멘털이 바뀐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8.5%로 잡고 있는 아시아(일본 제외)의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고수하며 아시아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유지했다.

크레디리요네(CLSA)증권도 "인도를 중심으로 신흥시장이 급락세를 보였지만 하락은 오히려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