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을 호령하던 한국이 대만 유럽 등에 밀려 시장 주도권을 잃어가고 있다."

세계적인 시장분석기관인 아이서플라이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데렉 리도우 사장은 24일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내 IT기업의 현주소를 이같이 분석하고,새로운 시장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 디지털포럼 2006'참석차 방한한 리도우 사장은 이날 LCD패널,LCD TV,휴대폰 등 IT시장 현황을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한국 IT업체들은 해외 경쟁업체들로부터 전방위에 걸쳐 공격을 당하는 버거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대만과 중국 기업들이 이미 특정 분야에서는 한국을 추월했다고 경고했다.

리도우 사장은 먼저 LCD패널 시장을 예로 들었다.

그는 "LCD패널 부문에서 한국업체들은 2005년 1분기까지 세계 1위(국가별 생산량 기준)였지만 이후 대만 업체들의 약진에 밀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며 "당분간 이 같은 대만 업체들의 우세는 계속될 것이며 한국업체들은 2007년 말까지 1위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LCD TV 시장에서도 한국업체들은 2003년 일본에 이어 2위 자리를 유지했으나 지난해에는 중국과 대만에 2위를 내주고 3위로 뒤처졌다"고 지적한 뒤 "휴대폰 시장에서도 노키아 모토로라 등 외국업체들에 비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도우 사장은 국내 업체들이 이 같은 위기상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과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 한국 IT업체들이 놀라운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까닭은 뛰어난 경영진의 주도아래 효율적인 투자를 집행했고,원가경쟁력과 생산성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장점에 더해 이제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공세적인 시장 대응'을 국내 기업들에 주문했다.

그는 "한국 IT기업은 기존의 우위를 지키기 위해 방어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사내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장에서 빨리 검증받게 하는 과감한 투자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고,하드웨어보다는 콘텐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며 "특히 모토로라의 레이저폰과 같은 히트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