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는 지금 실험 중이다.

'21세기형 체제 모델'에 대한 실험이다.

1990년대 쿠바를 제외한 중남미는 신자유주의를 기치로 한 우파정권이 득세했다.

그러나 우파정권의 경제실정이 부각됐다.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고 금융시장을 개방했지만 뿌리 깊은 빈곤층 문제는 더욱 심화됐다.

외채도 늘었다.

집권층의 부정부패가 만연한 데다 원주민들의 의식이 제고됨에 따라 정권교체 요구가 폭발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 들어선 좌파정권은 8개국. 1999년 베네수엘라를 시작으로 코스타리카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나마 볼리비아 칠레에서 차례로 좌파가 집권했다.

형님뻘인 쿠바를 포함하면 모두 9개국이다. 올해 안에 대선을 치를 멕시코 니카라과 에콰도르 페루에서도 좌파후보의 집권이 유력한 상태다.

그렇지만 좌파도 다 같은 좌파가 아니다.

실리추구형 중도좌파와 극좌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정권이 확연히 구분되고 있다.

실용적 좌파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나라는 시장경제체제를 유지하면서 그동안의 문제점을 뜯어 고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빈부격차 해소를 꾀하는 한편 미국에 대한 의존도도 줄이고 있다.

그러나 노골적인 반미(反美)보다는 교역 다양화 등을 통해 철저한 실리를 추구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 비해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는 '반미·반세계화'를 드러내놓고 주장하고 있다.

두 나라는 미국의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추진에 맞서 쿠바와 함께 인민무역협정(PTA)을 체결했다.

또 자원국유화를 단행,여기서 나오는 돈을 매개로 남미독자노선 확립을 추진하기 위한 '미주대륙을 위한 볼리바르 대안(ALBA)'을 만드는 강공책을 구사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파정권이 자취를 감춘 건 아니다.

콜롬비아 도미니카 등은 체제안정을 바탕으로 우파의 우월성을 증명하려 하고 있다.

세 가지 중 어느 쪽이 성공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폴 크루그먼 미 MIT공대 교수의 말처럼 정통 시장주의와 대중 인기영합주의적 포퓰리즘,민족주의가 한데 엉켜 거대한 실험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