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블루 로즈(blue rose)'라는 용어가 있다.

직역하면 '푸른 장미'지만 '불가능'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5000년 전부터 인류의 사랑을 받아온 장미는 2만5000여종이나 푸른색 장미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전 오사카에서 열린 세계 장미박람회에 블루로즈가 등장해 주목을 끌었다.

꽃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어 연일 초만원을 이뤘다.

주류 메이커로 유명한 산토리가 세계 최초로 블루로즈를 개발했다.

한국에서도 고급 위스키로 인기를 끄는 '히비키'를 생산하는 업체다.

이 회사는 2년 전 개발에 성공한 뒤 박람회를 통해 일반인에게 푸른 장미를 처음 공개했다.

창립 107주년을 맞은 산토리의 푸른 장미 개발은 다소 엉뚱해 보이기도 한다.

이회사는 1990년부터 푸른 장미 개발에 착수해 30억엔가량을 투자했다.

1899년 일본 최초 와인 메이커로 출발한 산토리의 성장사를 보면 푸른 장미를 개발한 이유가 설명된다.

산토리는 1923년 위스키,63년 맥주로 주종을 늘려왔다.

그 뒤 1980년 의약품,1990년 건강 및 환경 상품 시장으로 눈을 돌려 사업 영역을 확대해 왔다.

지난해 매출 1조4307억엔 중 주류 비중은 37%로 떨어졌고 식음료가 55%,원예 상품이나 피트니스클럽 운영 등 환경 및 건강 관련 매출이 8%로 늘어났다.

산토리는 장기적으로 환경 비즈니스를 새로운 주력 사업으로 상정하고 있다.

세계 장미 시장은 연간 4000억엔 규모로 푸른 장미 시장도 연간 100억엔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 주역인 산토리 선진기술응용연구소의 다나카 요시카즈 박사(47)는 "푸른 장미는 상품성이 높아 빨간 장미보다 3배 이상의 가격이 형성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 상품화되면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대기업 중에도 100년을 장수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시대 변화를 읽고 끊임없이 신상품을 개발하고 준비해야 산토리처럼 1세기를 넘길 수 있다.

오사카=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