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결산인 증권사의 2005회계연도(2005.4.1~2006.3.31)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 개막된다.

증시 호황 덕분에 대규모 이익을 올린데다 임기 만료 대표이사도 대부분 연임될 예정이어서 대부분 원만하게 주주총회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주흥산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서울증권과 낙하산 인사 등의 문제로 노사간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는 현대증권 등은 주목 대상으로 꼽힌다.

21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22개 증권사 가운데 23일 현대증권에 이어 이달 26일 17개사가 몰아치기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등 나머지 4개사는 다음달 중순까지 주주총회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올해 임기가 끝나는 증권사 대표이사(CEO) 8명 가운데 김지완 현대증권 사장과 전상일 동양종금증권 사장, 김봉수 키움증권 시장, 유정준 한양증권 시장, 정종열 동부증권 사장, 윤경립 유화증권 사장, 장옥수 부국증권 사장 등 7명이 이미 이사회에서 재추천을 받아 연임이 확실시된다.

농협에 인수되면서 이름이 NH투자증권으로 바뀐 옛 세종증권의 전웅 사장은 이미 2월24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농협 출신 남영우 사장으로 교체됐다.

박병주 증권업협회 이사는 "올해로 임기 만료되는 증권사 대표이사는 모두 연임되는 분위기인데다 임원 교체도 별로 없다"며 "예년에 비해 조용한 분위기 속에 주주총회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실적에 비해 배당이 적다는 불만도 있으나 자본시장통합법을 앞두고 증권사들이 자본금을 늘려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주주들의 문제 제기가 거세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현대증권과 서울증권은 예년에 비해 힘겨운 주주총회를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증권 노동조합은 금융감독원 출신인사의 상근감사 선임과 현대건설 출자 가능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태세다.

민경윤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은 "금융감독원 출신 상근감사 선임에 반대한다"며 "필요하면 물리력을 동원해 주주총회를 봉쇄하겠다"고 말했다.

민 위원장은 또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현대증권의 현대건설 출자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총장에서 회사 경영진의 명확한 입장을 들어야겠다"며 출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대증권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발행주식수를 3억주에서 6억주로 늘리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증권이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에 '실탄'을 제공할 목적으로 유상증자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서울증권은 최대주주인 강찬수 회장(5.12%)과 2대주주인 한주흥산(5.00%)이 사외이사 선임을 놓고 표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증권 경영권 인수에 나선 한주흥산은 사외이사 후보로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과 한동현 소프트뱅크아시아 인프라스트럭처펀드 한국 사무소 대표, 박정규 안진회계법인 회계사 등 3명을 추천한 상태다.

서울증권과 한주흥산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신문광고를 통해 상호 비방전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