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바다주에는 하룻밤 새 억만장자가 됐다가 원위치한 '녹색 목욕가운을 입은 남자의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라스베이거스 허니문을 즐기던 신랑이 5달러짜리 칩에서 반짝이는 '17' 모양을 보고 영감을 받아 룰렛을 시작했는데,구슬이 계속해서 그 숫자에서 섰다는 거짓말 같은 실화다.

5달러로 출발한 판돈은 175달러,6125달러,750만달러로 불어났고 마침내는 2억6200만달러까지 늘었다.

하지만 행운도 그때까지만이었다.

흥분한 그가 또다시 17에 풀베팅을 하자 구슬이 18을 선택해버린 것.몇 시간 만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그는 신부에게 의외로 담담하게 말했다.

"나쁘진 않았어.5달러 잃은 것 외엔."

노름으로 딴 돈은 공돈이기 때문에 잃어도 손해는 아니라는 것. '돈의 심리학'(개리 벨스키 외 지음,노지연 옮김,한스미디어)에 의하면 이러한 유형의 착각들이 우리를 부자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예컨대 선물이나 보너스,세금 환급 등으로 생긴 돈은 너무 쉽게 써버린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유산이나 주택,장기저축 같은 것에는 지나치게 신중함으로써 인플레에 무방비 상태가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심리학과 경제학을 결합시킨 행동경제학을 통해 현대인이 '돈 앞에서 어떻게 바보가 되는가'를 설명한다.

'마음의 회계장부''매몰비용 오류' 등 명쾌한 분석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돈 쓰는 방법을 이해시켜 불필요한 지출을 없애주는 조언은 무릎을 치게 만든다.

276쪽,1만20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