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거품론이 확산되면서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거품 붕괴론이 현실화할 경우 210조원 규모의 주택담보 대출이 부실화돼 금융시스템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아파트 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이 평균 50%에 불과해 부동산 가격이 단기간에 급락하지만 않는다면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이 맞물릴 경우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나 '소비 위축→기업매출 부진→경기침체→대출자산 부실' 등의 악순환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식 거품 붕괴 파장은 없을 듯

지난 3월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은행 192조4000억원,보험사 13조7000억원,저축은행 4조7000억원 등 모두 210조원에 이른다.

특히 은행권의 주택대출은 전체 대출자산(602조원)의 32%를 차지한다.

문제가 생기면 은행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1990년대 초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 때처럼 '부동산 시장 급랭→담보가치 하락→은행권 대출회수→부동산 매물 증가' 등과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은행 관계자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재로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한다.

김진성 하나은행 가계담당 부행장은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아파트 가격이 20% 정도 하락하더라도 은행이 감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권의 LTV가 평균 50% 안팎이어서 가격 하락에 따른 충분한 완충장치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버블 붕괴시 LTV는 90~100%에 달했다.

그러나 저축은행의 경우 LTV 비율이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게 금융계 분석이다.

저축은행의 주택대출 연체율은 2월 말 현재 무려 12.0%로 은행(1.30%)과 보험(1.40%)에 비해 훨씬 높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사업자금 대출이어서 연체율이 은행에 비해 높다"며 "은행과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급랭하면 금융권 타격 불가피

부동산 거품론과 관련해 금융계가 보다 심각하게 걱정하는 부분은 부동산경기 급랭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연쇄 파급효과다.

통상 부동산 가격 하락은 소비 위축,기업 매출 감소 등으로 연결돼 경기침체를 불러오게 마련이다.

부동산 경기가 내수경기의 불쏘시개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아파트 가격이 20%가량 빠지더라도 은행에는 당장 타격은 없지만 경제 전반의 자금 흐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 경우 금융권도 안전지대로 남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과 환율 하락 등으로 경제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마저 급랭할 경우 경기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며 "부동산 가격이 완만하게 조정될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