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전문가 턱없이 부족하다…IMD 국가경쟁력보고서에서도 '세계 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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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내 D증권사는 신종 장외파생상품 개발 전문가 3~4명을 뽑으려고 사람을 알아보다가 결국 포기했다.
국내 증권사에선 원하는 경력과 실력을 갖춘 전문가를 찾을 수가 없어서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있는 외국계 증권사에 근무하는 한국인이 몇 명 있긴 했다.
그러나 이들은 터무니없는 액수의 억대 연봉을 요구했다.
웬만한 조건엔 국내 증권사로 옮기지 않겠다는 얘기였다.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증권사에 다양한 파생상품 판매가 허용됨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관련 금융전문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마땅한 전문가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그동안 관련 시장이 없어 경력자가 없기도 하지만 정부와 금융권도 금융전문인력 양성에 소홀했던 탓이다.
이런 현실은 최근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06년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서 한국의 '금융전문가 구인'이 노사관계와 함께 61위로 세계 꼴찌를 기록했다는 데에서도 잘 나타난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향한다는 한국에 핵심 요소인 금융전문가가 없다는 얘기다.
○금융전문가 태부족
청와대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지난해 국내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앞으로 3년 후엔 약 1500명의 금융전문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현재 약 1만9300명의 전문인력이 근무하고 있는 국내 금융사는 앞으로 3년 후 지금보다 5000명이 더 필요하지만 자체 충원인력은 3500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도 국내 금융회사의 금융인력 중 전문인력 비중은 8.9%에 불과하다.
보조인력 비중이 86.7%인 데 비해 10분의1 수준인 셈이다.
동북아 금융허브 경쟁국인 홍콩과 싱가포르 금융회사의 전문직 비중이 각각 43.8%와 51.3%에 달하는 것과 대비된다.
○사람 키울 여건 안 돼
국내에 금융전문인력이 부족한 건 그동안 사람을 키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관련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경영전문대학원이 연세대 성균관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4곳에 있지만 연간 졸업생은 10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금융연수원 증권연수원 등 연수기관도 전문인력을 키워내기엔 역부족이다.
한 증권사 인사담당자는 "금융협회가 운영하는 연수원 프로그램은 대개 1~2주일짜리 초급 실무자 과정"이라며 "고도의 능력과 노하우를 가진 전문인력 양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금융전문인력이 부족한 데는 노사관계도 한 원인이다.
금융회사들이 노조 압력 때문에 순환보직 인사를 하고 성과급 차등을 크게 두지 못하다 보니 전문가가 크지 못하고 있는 것.지난해 모 은행이 외부 경영컨설팅을 받아 직무를 50여개로 나누고 체계적으로 전문인력을 관리하려다 노조의 극렬 반대로 무산됐던 게 대표적 사례다.
○기존 전문가 DB부터 갖춰야
정부는 뒤늦게나마 금융전문인력 양성 필요성을 절감하고 올초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정원 100명의 금융전문대학원을 설립했다.
그러나 전문대학원 설립 외에도 금융전문가가 양성되고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에 금융전문인력이 어떤 분야에서 얼마의 연봉을 받고,어떤 경력을 쌓으며 일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자료가 없다"며 "금융전문가 현황부터 파악해야 앞으로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에 따라 어떤 분야의 전문가를 얼마나 더 키워야 할지를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전문가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성과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도 긴요하다.
한 증권사 임원은 "금융은 결국 사람 장사"라며 "금융전문가를 전문가로 인정해주는 분위기와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그나마 몇 안되는 전문가도 모두 외국계 회사에 빼앗길 것"이라고 말했다.
차병석·정종태 기자 chabs@hankyung.com
국내 증권사에선 원하는 경력과 실력을 갖춘 전문가를 찾을 수가 없어서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있는 외국계 증권사에 근무하는 한국인이 몇 명 있긴 했다.
그러나 이들은 터무니없는 액수의 억대 연봉을 요구했다.
웬만한 조건엔 국내 증권사로 옮기지 않겠다는 얘기였다.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증권사에 다양한 파생상품 판매가 허용됨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관련 금융전문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마땅한 전문가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그동안 관련 시장이 없어 경력자가 없기도 하지만 정부와 금융권도 금융전문인력 양성에 소홀했던 탓이다.
이런 현실은 최근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06년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서 한국의 '금융전문가 구인'이 노사관계와 함께 61위로 세계 꼴찌를 기록했다는 데에서도 잘 나타난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향한다는 한국에 핵심 요소인 금융전문가가 없다는 얘기다.
○금융전문가 태부족
청와대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지난해 국내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앞으로 3년 후엔 약 1500명의 금융전문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현재 약 1만9300명의 전문인력이 근무하고 있는 국내 금융사는 앞으로 3년 후 지금보다 5000명이 더 필요하지만 자체 충원인력은 3500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도 국내 금융회사의 금융인력 중 전문인력 비중은 8.9%에 불과하다.
보조인력 비중이 86.7%인 데 비해 10분의1 수준인 셈이다.
동북아 금융허브 경쟁국인 홍콩과 싱가포르 금융회사의 전문직 비중이 각각 43.8%와 51.3%에 달하는 것과 대비된다.
○사람 키울 여건 안 돼
국내에 금융전문인력이 부족한 건 그동안 사람을 키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관련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경영전문대학원이 연세대 성균관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4곳에 있지만 연간 졸업생은 10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금융연수원 증권연수원 등 연수기관도 전문인력을 키워내기엔 역부족이다.
한 증권사 인사담당자는 "금융협회가 운영하는 연수원 프로그램은 대개 1~2주일짜리 초급 실무자 과정"이라며 "고도의 능력과 노하우를 가진 전문인력 양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금융전문인력이 부족한 데는 노사관계도 한 원인이다.
금융회사들이 노조 압력 때문에 순환보직 인사를 하고 성과급 차등을 크게 두지 못하다 보니 전문가가 크지 못하고 있는 것.지난해 모 은행이 외부 경영컨설팅을 받아 직무를 50여개로 나누고 체계적으로 전문인력을 관리하려다 노조의 극렬 반대로 무산됐던 게 대표적 사례다.
○기존 전문가 DB부터 갖춰야
정부는 뒤늦게나마 금융전문인력 양성 필요성을 절감하고 올초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정원 100명의 금융전문대학원을 설립했다.
그러나 전문대학원 설립 외에도 금융전문가가 양성되고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에 금융전문인력이 어떤 분야에서 얼마의 연봉을 받고,어떤 경력을 쌓으며 일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자료가 없다"며 "금융전문가 현황부터 파악해야 앞으로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에 따라 어떤 분야의 전문가를 얼마나 더 키워야 할지를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전문가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성과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도 긴요하다.
한 증권사 임원은 "금융은 결국 사람 장사"라며 "금융전문가를 전문가로 인정해주는 분위기와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그나마 몇 안되는 전문가도 모두 외국계 회사에 빼앗길 것"이라고 말했다.
차병석·정종태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