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법률회사)의 꽃은 파트너 변호사다.

기업의 이사격인 파트너 변호사로 오르는 길은 험하다.

밤낮을 잊고 일에 파묻혀 살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며 최소 7~8년 이상의 경력에다 실력을 갖춰야 한다.

더구나 여성 변호사가 파트너가 되기에는 남성 위주의 로펌 구조상 더 힘들다.

국내 주요 로펌의 여성 파트너 변호사를 모두 합쳐도 20명이 채 안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성 파트너 변호사가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검사 출신인 충정의 태지영 변호사(37)는 검사 시절 여성으로서 한계를 많이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남자 검사 이상의 업무 능력을 발휘해도 상관의 믿음을 얻지 못하는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로펌 근무 초기에 그는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로비 의혹 사건을 맡았다.

그러나 한화 측은 여자 변호사가 그룹의 명운이 걸린 사건을 담당하는 것에 난색을 보였다.

이때 충정의 김진환 대표변호사가 태 변호사에게 힘을 실어줬다.

역시 검찰 출신인 김 변호사는 "그래도 네가 하라"며 태 변호사를 밀었고 그는 검사 시절의 경험을 십분 활용해 성공적인 변호를 마쳤다.

광장의 이미현 변호사(45)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 변호사가 1991년 중동에서 진행 중이던 사업의 법률자문을 맡아 이란 출장을 갈 때였다.

의뢰인은 당시 이란이 이라크와의 전쟁을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이슬람 국가인 점을 들어 이 변호사에게 "다녀올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 변호사는 못간다고 할 경우 '여자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들을까 두려워 출장을 다녀오기로 결심했다.

이 변호사는 "스스로 여자라는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싶었다"며 당시 일을 회고했지만 의뢰인이 그해 연말 다시 한번 출장을 부탁할 정도로 고객의 신뢰를 얻었다.

여성 파트너 변호사들은 후배들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김앤장 이지수 변호사(42)는 "요즘 여자 후배들은 선배들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남성에게 뒤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변호사는 남녀 차이가 능력의 차이로 나타나는 직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하는 여성들이 늘어나 각 기업과 공공기관의 중간 간부로 포진하고 있는 점도 여자 변호사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되고 있다.

전문 직업인으로서 능력을 인정받기 이전에 여성에 대한 편견을 극복해야 했던 이전 세대와는 다른 상황인 것이다.

광장의 김민희 변호사(42)는 "로펌 변호사들은 사고 방식이 보다 개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민사소송을 맡을 경우에는 여자 변호사라고 해서 의뢰인이 특별히 꺼리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판사 검사 변호사 등과 같은 직역 자체보다는 본인의 적성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6년간 판사로 근무하기도 했던 이지수 변호사는 "몸에 잘 맞는 옷이 있듯 직역도 본인의 적성이나 성격에 맞아야 한다"며 "얼마나 성실하게 일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