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鍾範 <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

상속세가 위기다.

그동안 그토록 상속세를 강화했건만 변칙상속을 근본적으로 막아내지 못하고 있기에 그렇다.

다른 한편으로는 경영권 방어에 상속세가 너무 큰 부담이 되므로 몇몇 선진국처럼 상속세를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거론되기도 한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상속세의 위기는 사실상 인기영합 정치가 만들어 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상속세를 마녀사냥의 무기로,때로는 유권자를 현혹시키는 수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상속세 원래의 기능이 점점 더 약화됐던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당시 재벌의 편법 증여와 상속을 막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며 상속세 완전포괄주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시 이를 반대하면 마치 재벌을 옹호하고 위장 상속을 용인하는 것으로 비쳐졌다는 점에서 이 공약은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2001년부터 시행된 유형별 포괄주의로도 충분했기 때문에 굳이 상속세 완전 포괄주의를 새롭게 내세워 얻을 실리는 사실상 없었다.

이젠 상속세를 바로잡아야만 한다.

모양만 강하게 만들 게 아니라 실리를 찾고 제 기능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 최우선 과제는 기업이 상속세를 내고 떳떳하게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자녀뿐만 아니라 배우자,친족에게로 경영권 승계가 무조건 사회악이고 막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는 정부나 온 국민이 나서서 경영권 승계를 지켜볼 필요가 없이,주주가 판단하도록 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경영권을 승계한 재벌 2,3세라 할지라도 주주에게 해당 기업의 주식가치와 배당으로 평가받고,그들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이를 거부할 주주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여론의 도마가 아닌 시장에서 경영권 승계를 심판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심판결과로 승계가 바람직하다는 결론이 나면 상속세를 떳떳이 내게 하면 그만인 것이다.

다만 문제는 현행 최고세율 50%에 할증률 10~30%까지 감안하면, 상속세를 내고는 제대로 경영권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데 있다.

따라서 현행 상속세의 최고세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

사실 그동안 최고세율은 상속세 강화를 목적으로 계속 올려 왔는데,오히려 그에 따른 역효과가 난다는 것은 이미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증명됐다.

다시 말해 높아진 세율에 따른 세부담을 최대한 회피하고자 하는 납세자의 행태 때문에 세율인상에도 불구하고 세수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하곤 해왔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선진국들은 앞다퉈 상속세나 소득세율을 낮추고 있다.

그리고 상속세 제도가 제 기능을 하도록 하려면 관련 조세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상속세가 갖는 상당부분의 기능을 선진국의 추세처럼 자본이득과세가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비상장주식의 증여 이후 상장에 따른 시세차익에 대한 증여과세는 자본이득과세로 대체할 수 있고,보다 근본적으로는 유가증권 양도차익과세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유가증권 혹은 주식 양도차익과세 말만 나오면 주식시장이 요동을 치곤 한다는데 있다.

그러나 조금만 차분히 논의를 해보면 양도차익과세가 오히려 우리 증시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도차손(讓渡差損)은 공제해주고 단기주식매매로부터의 양도차익(讓渡差益)만 과세하거나 장기보유로부터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감면혜택을 주는 형태의 주식양도차익과세를 도입하면 지금의 증권거래세보다 훨씬 유리할 수 있다.

이처럼 상속세의 주요 기능을 넓은 의미의 자본이득과세와 소득세가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속세는 더 이상 특정인을 잡겠다고 쳐놓는 그물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제는 상속세를 인기영합 정치에서 풀어줘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