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동차산업이 벼랑끝 위기로 내몰리고 있어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환율급락과 유가 및 원자재값 급등으로 국내외 판매가 급속히 줄어드는 등 타격이 큰 마당에 외국 자동차 기업들의 공세가 갈수록 거칠어지면서 돌파구마저 보이지 않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현대ㆍ기아차의 경영공백을 틈탄 외국기업들의 '포위 공격'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미국의 자동차업계는 최근 TV광고 등을 통해 일본과 한국 자동차를 겨냥한 '반(反)외제차' 캠페인을 시작한데 이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앞두고 한국의 시장개방 조치를 사전에 받아낼 것을 미무역대표부(USTR)에 요구하는 등 강도높은 압박(壓迫)에 나섰다. 일본 도요타는 올해 140억달러에 이르는 사상최대 규모의 설비투자와 함께 80만엔(약 670만원) 이하의 전략 차종을 2010년부터 시판키로 함으로써 우리가 주력으로 삼는 소형차 시장까지 차지하겠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후발 주자인 중국의 리판그룹도 '10년내 한국 타도'를 선언했을 정도다.

우리 자동차 산업이 미국 일본 중국업계의 집중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외 공장 신ㆍ증설과 고부가가치 차량 개발이 당장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우리 업계는 안팎의 악재에 시달리느라 이에 대응할 엄두조차 못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부품ㆍ협력업체들의 경영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도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지난달 현대ㆍ기아차 협력업체 매출은 무려 15%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자동차산업이 글로벌 경쟁 대열에서 탈락(脫落)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수천여 부품협력업체의 설자리가 좁아지면서 산업기반마저 붕괴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납품업체 대표들이 현대차 사건의 원만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그런 위기감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핵심 전략산업이자 전후방 연관효과가 막대한 우리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나라경제에도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산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무엇보다 절실한 이유다.

정부를 비롯한 자동차업계,부품협력기업들이 합심해서 노력해도 난국을 헤쳐나가기 어려운 판에,우리 자동차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ㆍ기아차가 발목잡혀 있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