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박사팀이 줄기세포를 확립한 것으로 착각한 이유는 김선종 연구원이 단독으로 '섞어 심기'를 감행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의 최종 결론이다.

섞어 심기란 미즈메디병원 수정란 줄기세포와 배반포 단계의 서울대 체세포 줄기세포를 함께 넣어 콜로니(세포 덩어리)를 형성한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검찰은 김 연구원이 "조사 과정에서 서울대 배아 줄기세포가 콜로니로 형성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에 두 종류의 줄기세포를 통째로 바꿔치기하지 않고 함께 섞어 심었다"고 자백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김 연구원이 황 박사를 비롯해 여러 명의 서울대 연구원이 지켜보고 있는데 어떻게 단독으로 줄기세포 '섞어 심기'를 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김 연구원이 황 박사팀에서 줄기세포 배양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황 박사도 김 연구원을 배양 부분에 관한 한 자신의 '선생님'이라 불렀고 서울대 연구원들도 김 연구원을 '신의 손'으로 평가했다.

서울대 조사위 조사 결과 황 박사팀은 2번 줄기세포(NT-2)에서 2004년 10월6일 콜로니가 확인됐다는 내용을 관련 연구노트에 기록했다.

2번 줄기세포는 체세포 줄기세포의 상업화 가능성을 담은 2005년 논문에 등장했다.

하지만 그 콜로니는 NT-2의 배반포 줄기세포가 아니라 미즈메디병원 수정란 줄기세포(Miz-4)인 것으로 확인됐다.

어떻게 그런 일이 발생했을까.

2004년 10월5일 NT-2 배반포 내부 세포가 갑자기 영양세포에서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 황 박사는 실망감을 표시했다.

김 연구원은 황 박사가 걱정하자 미즈메디병원 수정란 줄기세포(Miz-4)를 가져와 NT-2가 있는 배양용기에 섞어 심었다.

생명력이 없는 NT-2는 콜로니까지 발달하지 못한 반면 왕성하게 자라던 Miz-4는 콜로니를 형성했다.

섞어 심기에 한 번 성공한 김 연구원은 더욱 과감해져 50여일 만인 11월25일 Miz-8를 가지고 NT-3을 만들었다.

이후 2주 남짓한 기간에 섞어 심기를 통해 NT-4,5,6,7을 잇따라 만들어냈다.

이후 2005년 1월9일 실험실 오염 사고로 NT-4~7이 죽어 NT-2,3(실제 Miz-4,8)만 남았다.

하지만 황 박사는 2005년 사이언스에 제출할 논문에 줄기세포 수를 11개로 표시하려 했다.

다른 나라보다 앞서 줄기세포 관련 특허권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황 박사는 곧바로 김 연구원에게 "어차피 사진 찍으면 다 똑같은 거니까 면역 염색사진 8개를 더 만들어서 10개 세포주 라인으로 만들라"고 지시했다.

앞서 김 연구원은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서 등장한 NT-1에서도 섞어 심기를 시도했다.

2003년 12월께 NT-1 배양을 담당한 박종혁 연구원이 박사학위 논문 준비 등으로 바빠지자 김 연구원이 그 배양을 담당했다.

그런데 그 시기 갑자기 NT-1 분화가 심해져 세포 상태가 나빠지자 이에 대한 책임 추궁을 두려워 Miz-1과 섞어 배양했다.

김 연구원은 2004년 4월께 염색체 이상 현상이 보이는 Miz-1을 Miz-5로 바꾸기도 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