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꽃을 파는 곳？' 예전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당연히 그렇지'였겠지만，요즘 이렇게 답하면 '절반만 맞췄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꽃 이외에도 파는 게 많아졌기 때문.까페나 베이커리 등을 겸업하는가 하면，전시장처럼 꾸며 놓고 1일 체험교실과 같은 교양강좌를 여는 꽃집이 급증세다.

'꽃집＝꽃도 파는 곳'이 요즘의 정답이란 얘기다.

이처럼 꽃집이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은 외국에서 플로리스트 과정을 이수하고 돌아온 '유학파'들이 늘어나면서부터.이들 유학파 플로리스트들이 최근 몇 년새 서울 강남 등지에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한 꽃집을 잇달아 열고 있다.


○꽃 구경하며 차 한잔

서울 청담동에 있는 '알레(02-3445-2867)'는 분명히 꽃집이기는 하지만 판매를 기다리는 '벌크형' 꽃은 조금밖에 없다.

대부분 예쁘게 화기(花器)에 놓여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를 장식하는 데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손님들은 여기에서 예쁘게 장식된 꽃을 보며 차를 마시거나 간단한 식사를 한다.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꽃이 있으면 즉석에서 구입해도 되고,그냥 꽃들 사이에서 차만 마셔도 그만이다.

그래서 이 집 주인이 꽃 판매로 올리는 매출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향기로운 분위기를 즐기려는 손님이 끊이지 않아 인근의 꽃 판매만 하는 집보다 전체 매출은 더 높다는 게 주인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블룸&구떼(02-541-1530)'는 '베이커리'를 겸업하고 있다.

밖에서 얼핏 보면 꽃집인지,빵집인지 모를 정도다.

가족이나 친구의 생일을 맞아 생일축하 케이크를 사러 온 손님이 이 꽃집의 주된 공략 대상이다.

이진숙 사장은 "케이크를 사러 온 김에 축하 꽃다발을 구입하는 고객이 많다"며 "여러 가지 꽃을 풍성하게 모아서 만드는 생일 꽃다발은 가격이 일반 꽃다발보다 높아 평균 매출이 일반 꽃집의 두 배가 넘는다"고 말했다.


○다양한 볼거리도 풍성

꽃 이외에 다른 볼거리가 많은 꽃집도 인기다.

서울 소공동 에비뉴엘 지하에 입점한 '오르 바이 헬레나'는 꽃과 함께 유명 사진작가가 찍은 꽃 사진,그림 등을 매장 한 켠에 바꿔가며 전시하고 있다.

유승재 '오르 바이 헬레나' 대표는 "요즘엔 손님들이 꽃을 사러 오는 것이 아니라 작품 감상하러 들렀다가 덤으로 꽃을 사가는 경우가 많다"며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계절마다 작품을 바꿔 걸 계획"이라고 말했다.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서관 뒤편에 자리잡은 '지스텀 플라워즈(02－3449－4165)'는 서울 프라자호텔이 직영하는 꽃집으로 작은 식물원같이 꾸며 있다.

신경초 벌레잡이풀 등 평소에 보기 힘든 다양한 희귀 식물을 꽃과 함께 갖춰 놓아 단골 고객들을 꽤나 확보했다.

패션 브랜드 루이 까또즈가 낸 꽃집인 '플라워 루이 까또즈'는 아예 열 때부터 멀티숍 개념을 적용시켰다.



꽃과 함께 매스티지로 인기가 높은 루이까또즈 핸드백,지갑 등의 패션 액세서리들도 만날 수 있다.


○꽃꽂이 수업까지

플라워 클래스를 열어 꽃을 꽂는 방법까지 가르쳐주는 꽃집도 있다.

서울 청담동 '알마 마르소'는 꽃집이지만 교육 프로그램은 전문 플로리스트 교육기관 '뺨치게' 잘 짜여 있다.

꽃다발을 예쁘게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는 '하루 클래스'에서부터 기존에 꽃집을 하고 있는 이들까지 와서 듣는 전문 꽃꽂이 과정도 있다.

논현동 '르헤브 플라워'는 이런 식의 강의가 발전해 따로 플로리스트 학원을 내게 된 케이스.임선영 르헤브 실장은 "꽃꽂이 등을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꽃을 팔거나,아니면 직접 집안 인테리어를 도우면서 그에 소요되는 꽃을 구입토록 하는 식의 마케팅 기법이 강남 일대 꽃집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