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우리를 둘러싼 환경,특히 원유 가격이나 원화의 대외 가치 등이 당초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경로를 가고 있다"고 콜금리 동결(연 4.00%) 이유를 설명했다.

콜금리 인상이 자칫 환율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동결이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는 "지금보다 상황이 크게 나빠지지 않는다면 한국은행이 과거 몇 개월 동안 취했던 통화 정책의 방향은 유효할 것"이라며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밝혔던 금융 완화(저금리) 정도를 조금씩 조정하는 정책 기조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오는 6~8월께 콜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콜금리 동결의 배경

한국은행은 올 들어 수출이 견실하게 성장하고 민간 소비도 착실하게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건설 부문이 다소 침체됐으나 설비 투자는 그런 대로 괜찮았다고 봤다.

작년 하반기의 경기회복 속도가 올 들어 약간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전반적으로는 경기상승 국면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국내 경기 지표로만 보면 금리를 인상할 시점이었다.

그러나 고유가와 환율 급락이 한은의 발목을 잡았다.

국제 유가가 단기간에 지나치게 급등했고 원화 환율도 가파르게 하락했다.

한은으로서는 유가와 환율의 향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이번에 콜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인상 기조는 그대로 유지


한은은 그러나 금리인상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생각이 전혀 없음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 총재는 "원유 가격이 추가로 상승한다든가 원화 가치가 더 급속하게 상승한다든가 하는 상황이 전개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는 그만한 압력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며 금리인상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한은은 시중의 통화량이 느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3,4월 시중 은행들의 가계 대출이 급격히 늘어난 것만 봐도 지금의 통화정책 기조를 '경기 부양적'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파트 가격이 4월에도 계속 상승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중에서는 8월 이전에 한은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내수경기 회복으로 인한 물가상승 요인과 하반기 원화약세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지금의 물가안정 기조가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콜금리가 오는 6월과 8월에 각각 한 차례씩 인상돼 연 4.5%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