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2세 경영인과 마찬가지로 이근수 신양피앤피 사장(48) 역시 부친이 만들어 놓은 터전 위에 올려놓을 새 성장엔진을 무척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아버지 덕에 이대로라도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은 아주 오래 전부터 해왔다.

현상을 유지하는 것은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나빠지거나 도태될 수밖에 없다."

유원텔레콤과의 합병은 그 같은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다.

그는 손익계산서를 들어보이며 "남들은 10년 연속 흑자라 우량하다고 하지만 2000년 이전에는 성장을 거듭해 오던 회사가 이후 성장을 멈췄다"고 지적했다.

철강용 포장지나 필터 부문 연구개발을 통한 품질개선도 한계가 있고 강력한 새 동력이 필요했다는 말이다.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은 가능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떠안고 가는 일이다.

이근수 사장은 유원텔레콤과 합병 이후 탄생하게 될 새로운 미래 성장엔진에 대해 여러가지 가능성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양사 통합은 우선 납품처 다변화라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포스코에 주로 납품해 오던 신양피앤피로서는 삼성전자 협력사인 유원텔레콤과 손을 잡는 것이 삼성전자로의 판로 개척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 사장은 "나노기술 사업부의 고성능 필터 제품이 최근 삼성전자 삼성SDI LG전자 등 국내 대표적인 기업에 공급되기 시작했다"며 "양사 통합을 계기로 LCD 공정용 필터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고 말했다.

양사 통합은 또 회사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신양피앤피 사업부가 어려울 때 유원텔레콤의 사업부가 힘이 되어 줄 수 있고,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합병과 관련해 그는 여러가지 곤란한 질문들도 많이 받았다.

부친이 물려준 회사의 경영권을 사실상 매각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다.

양사 합병을 통해 탄생하는 시노펙스는 신양피앤피 측 지분이 27.56%(이근수 사장 지분 11.64%)인데 반해 유원텔레콤 측 지분은 32%다.

이근수 사장이 확고한 회사 소유권과 경영권을 확보하지는 않은 셈이다.

그는 그러나 "시노펙스 내에서도 기존 신양피앤피 사업부는 내가 지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무엇을 잡기 위해서는 비워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기에 내린 조치"라며 "우리나라에서는 동업이 잘 안 된다고들 하는데 시노펙스가 모범 케이스가 되도록 직접 보여주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