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기대심리 3개월째 추락‥하반기 경기둔화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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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9일 발표한 '4월 소비자전망 조사결과'는 고유가와 환율 하락 등 대외악재가 소비자들의 경기심리까지 흔들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소비자기대지수가 3개월째 떨어지며 기준치인 100선을 뚫고 내려올 태세인 데다 현재의 경기진단에 대한 소비자평가지수도 8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심리까지 위축되면 그나마 경기회복을 지탱해온 내수가 타격을 입게 된다.
때문에 올 하반기 경기둔화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유가 환율하락이 직격탄
소비자기대지수는 일반 소비자들의 경기에 대한 주관적 판단을 설문으로 물어 작성된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심리를 읽을 수 있는 지표다.
소비자기대지수가 주가 등락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것도 그런 연유다.
최근 3개월 연속 소비자기대지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고유가와 환율 하락 탓이 크다.
정창호 통계청 통계분석과장은 "올 들어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환율이 떨어지면서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그게 소비자기대지수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의 경기나 생활형편에 대한 평가를 보여주는 소비자평가지수가 지난달 87.2로 전달의 90.1에서 큰 폭 하락한 것은 국제유가가 지난 4월 급등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비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가는 지난달 오히려 60포인트 정도 올랐다.
○'하반기 경기 꺾이나' 촉각
문제는 소비자들의 비관적 심리가 실제 내수위축으로 이어지느냐이다.
소비자기대지수는 대개 경기에 3∼4개월 선행한다는 게 통설이다.
이론대로라면 하반기엔 내수부진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경기전망 보고서에서 하반기 중 경기가 정점을 찍고 하강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경기가 본격 하강국면으로 접어들지,아니면 경기순환의 일시적인 국면으로 끝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며 "무엇보다 국제유가 등 대외변수의 영향이 큰 만큼 이들 변수의 향방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이상재 거시경제팀장은 "고용 회복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고유가와 환율 급락으로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는 양상"이라며 "지난 2년6개월 동안 짓눌렸던 소비 수요가 분출되면서 지난해 말과 올초에 소비가 강하게 회복됐으나 앞으로는 점차 둔화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나드는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원·달러 환율이 920원대까지 떨어지는 불안한 상태가 지속되면 경기 하강시점이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논리에 밀려 경제정책이 표류할 경우 경기 하강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