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3면이 바다와 접해있고 산악지형이 많지만 천연자원 보존소홀로 생물 다양성이 파괴돼 생물 자원 빈국에 속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서울대 천연물과학연구소에서 4000여종의 자생식물에 대한 자료를 모아 놓은 게 전부라고 할만큼 초라한 실정이다.

미국은 중남미,유럽은 아프리카,일본은 동남아에서 돈이 될만한 천연물을 수집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놓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우선 체계적인 인력 양성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전국 20여개 약대와 한약자원학과,생약자원학과,생물자원학과 등에서 매년 관련 인력이 2350명씩 배출되고 있으나 효율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연구소나 기업체로 진출하는 비중도 미미한 실정이다. 약용식물자원의 채취 및 분석인력이 극도로 부족하고 노령화돼 관련 노하우가 전수되지 못해 사장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우수 인력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생명공학,생물정보학 등 첨단생명공학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신약개발 능력을 키우는 다학제(통합적 복수 전공)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가능성 있는 신약후보물질을 과학적으로 검증해 상품화하는 능력도 떨어져 있다. 한국의 천연물 신약개발 능력은 선진국의 50% 수준으로 일본과 10년 이상,미국 유럽과는 20년 가까운 기술격차가 난다는 게 학계의 평가다.

해외에서 통할 천연물 연구를 위해 국제기준에 맞는 안전성 유효성 연구 및 평가방법,천연물 약효의 신속 검증시스템 등의 개발이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정부 지원도 인색하다. 국내 천연물 신약 개발수요는 전체 신약개발의 22%를 차지하나 정부는 그동안 12% 정도만 지원해왔다.

이에 따라 한국의 자랑이라고 내세울 만한 인삼에 대한 연구조차도 러시아 스위스 독일 등에 기선을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2010년까지 6개의 세계적인 신약을 만들어 세계 7대 천연물 연구 강국으로 도약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지난 4월 말,5년간 총 1677억원을 투입하는 천연물 신약개발 촉진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 관계자는 "인력 시설 제도 등의 측면에서 연구기반을 확충하고 남북한 및 국제협력을 통해 해외진출을 촉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