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변신] 석유시추 엔지니어에서 횟집사장 변신 박길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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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에서 10년 이상 경험을 쌓은 주방장들이 차린 주변 횟집들이 벌써 4곳이나 문을 닫았는데 문외한이 차린 횟집이 4년 이상 버티고 있으니 주위에서 성공했다고들 말합니다."
부산 부산진구 서면로터리 인근에서 '남해수산횟집'을 운영하는 박길규씨(56)는 회와는 전혀 상관없는 엔지니어로 살다가 인생 후반기에 뒤늦은 변신에 성공한 케이스다.
그는 1980년부터 94년까지 싱가포르에 있는 미국계 석유시추회사 '코노코'에서 엔지니어로 경력을 쌓았다. 그는 현지 업계에서 알아주는 기술자로 자리매김했지만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오랜 외국생활을 접고 국내에 들어와 사업을 시작했다. 영어에 자신이 있던 그는 자동차부품 수입상을 하다가 정비업까지 뛰어들었으나 경쟁업체가 많아지면서 재미를 못보고 2002년 말 사업을 접었다.
2003년 초 무엇을 해볼까 고민하던 그는 부경대 생선회 창업전문가 과정에 다녀보라는 친구의 권유에 등록을 했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감에다 호기심이 더해져 다니게 됐습니다."
부경대 회전문가 과정은 전국에서 유일한 곳으로 회뜨는 법부터 시작해 이론과 횟집경영까지 교육한다. 일단 시작하면 끝을 보고 마는 성미의 박씨는 일본 회전문 서적까지 독파하고 손바닥에 칼자국이 수십개 나는 실습과정을 이수했다.
"이미 횟집을 운영 중인 동급생들로부터 실전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었던 게 실제 창업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졸업 후 동기생 횟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부산 광안리와 해운대 등 바닷가쪽을 둘러보며 가게를 물색했다. 그러나 이곳의 수천개 횟집들은 과당 경쟁으로 수익을 제대로 올리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만나는 횟집 주인마다 "아이고 죽지 못해 장사하고 있습니다. 포기하세요,돈만 날립니다"라고 충고했다.
박씨는 고민을 거듭하다 교통이 편리하고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한 도심쪽에 승부를 걸었다. 2개월 동안의 횟집 물색 끝에 마침내 2003년 10월 부산의 제1번화가인 서면로터리 인근에 매물로 나온 60평(100석) 규모의 횟집을 2억원에 인수했다.
흔히 사업이 잘 안돼서 매물로 나온 곳은 피하라고 하지만 박씨는 반대로 생각했다. "기존 고객들을 바로 확보할 수 있는 데다 경영시스템만 보완하면 힘이 덜 들고 효과적입니다. 창업비용도 새로 가게를 여는 것보다 절반밖에 안들죠."
바로 옆에 위치한 대형 서점인 영광도서의 문화행사 손님들이 정기적으로 횟집을 찾는 등 단체손님이 많은 것도 조기 정착에 큰 도움이 됐다. 메뉴 가격대는 고급 일식집보다 낮은 접시당 3만∼7만원이다. 6개월 동안 연구한 매운탕도 맛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한 일본인 관광객이 '부산나비닷컴'에 "회와 매운탕이 맛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뒤 일본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박씨는 "크게는 못 벌지만 기업 부장 정도의 월급은 벌고 있다"고 밝혔다.
단골거래선인 거제어시장의 김성춘씨는 "횟집 사장이 직접 멀리 현지 어시장에 나와 생선을 사는 경우는 드물다"며 "좋은 생선이 나온다는 소문을 들으면 바로 뛰어오는 열정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부경대 회전문가 과정을 담당하는 조경제 교수는 "박씨는 생선에 막히면 바로 찾아와서 지도를 받는 몇 안되는 졸업생"이라고 칭찬했다.
박씨는 "나름대로 진지하게 배우면서 사업을 하면 망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요즘 그는 '싱싱회(생선을 잡아 몇 시간 숙성시키는 방식)'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생선을 잡아 바로 회로 먹는 한국식 활어와 냉동보관 후 회를 뜨는 일본의 선어방식보다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는 '싱싱회'가 차세대 회요리법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박씨는 확신하고 있다. 차세대 요리법의 성공을 자신하면서도 장사꾼답게 출시 시점에 대해선 신중하다. "새로운 것은 너무 일찍 내놓아도 고객의 눈길을 잡지 못하기 때문에 입맛 변화 추세를 눈여겨 관찰하고 있습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 횟집을 하려는 분들에게 >
횟집의 성공여부는 종업원들의 관리에 달려있습니다.
주방장들은 대부분 신경이 예민한 탓에 주인과의 마찰이 심해 자리를 자주 옮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경우 손님들이 음식맛이 달라졌다고 느끼는데다 안정되지 못한 횟집으로 느껴 영업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장은 최고 전문가가 되야합니다.
우선 사장이 회를 직접 뜰수 있어야하고 다양한 생선 지식도 갖춰야 합니다.
주방장과 함께 회를 쓸고, 맛있는 매운탕을 만드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합니다.
주방장보다 나은 실력을 보여야 종업원들이 인정하고 따릅니다.
종업원들은 영원히 종업원으로 남지 않습니다.
이들이 꿈을 가지고 실력을 쌓아 독립할 수 있도록 사장이 지원해야 합니다.
경영능력과 고객관리 방법을 조금씩 알려주고 시간이 나면 고객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줘 고객이 원하는 맛을 알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주방장들이 독립해 실패하는 이유는 경영능력과 고객관리 전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사장이 핵심 영업전략을 전수하면 믿고 따를 것입니다.
특히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의 경우 실장과 과장 등 직책을 부여해 책임과 자부심을 가지고 정성껏 음식을 만드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산 부산진구 서면로터리 인근에서 '남해수산횟집'을 운영하는 박길규씨(56)는 회와는 전혀 상관없는 엔지니어로 살다가 인생 후반기에 뒤늦은 변신에 성공한 케이스다.
그는 1980년부터 94년까지 싱가포르에 있는 미국계 석유시추회사 '코노코'에서 엔지니어로 경력을 쌓았다. 그는 현지 업계에서 알아주는 기술자로 자리매김했지만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오랜 외국생활을 접고 국내에 들어와 사업을 시작했다. 영어에 자신이 있던 그는 자동차부품 수입상을 하다가 정비업까지 뛰어들었으나 경쟁업체가 많아지면서 재미를 못보고 2002년 말 사업을 접었다.
2003년 초 무엇을 해볼까 고민하던 그는 부경대 생선회 창업전문가 과정에 다녀보라는 친구의 권유에 등록을 했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감에다 호기심이 더해져 다니게 됐습니다."
부경대 회전문가 과정은 전국에서 유일한 곳으로 회뜨는 법부터 시작해 이론과 횟집경영까지 교육한다. 일단 시작하면 끝을 보고 마는 성미의 박씨는 일본 회전문 서적까지 독파하고 손바닥에 칼자국이 수십개 나는 실습과정을 이수했다.
"이미 횟집을 운영 중인 동급생들로부터 실전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었던 게 실제 창업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졸업 후 동기생 횟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부산 광안리와 해운대 등 바닷가쪽을 둘러보며 가게를 물색했다. 그러나 이곳의 수천개 횟집들은 과당 경쟁으로 수익을 제대로 올리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만나는 횟집 주인마다 "아이고 죽지 못해 장사하고 있습니다. 포기하세요,돈만 날립니다"라고 충고했다.
박씨는 고민을 거듭하다 교통이 편리하고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한 도심쪽에 승부를 걸었다. 2개월 동안의 횟집 물색 끝에 마침내 2003년 10월 부산의 제1번화가인 서면로터리 인근에 매물로 나온 60평(100석) 규모의 횟집을 2억원에 인수했다.
흔히 사업이 잘 안돼서 매물로 나온 곳은 피하라고 하지만 박씨는 반대로 생각했다. "기존 고객들을 바로 확보할 수 있는 데다 경영시스템만 보완하면 힘이 덜 들고 효과적입니다. 창업비용도 새로 가게를 여는 것보다 절반밖에 안들죠."
바로 옆에 위치한 대형 서점인 영광도서의 문화행사 손님들이 정기적으로 횟집을 찾는 등 단체손님이 많은 것도 조기 정착에 큰 도움이 됐다. 메뉴 가격대는 고급 일식집보다 낮은 접시당 3만∼7만원이다. 6개월 동안 연구한 매운탕도 맛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한 일본인 관광객이 '부산나비닷컴'에 "회와 매운탕이 맛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뒤 일본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박씨는 "크게는 못 벌지만 기업 부장 정도의 월급은 벌고 있다"고 밝혔다.
단골거래선인 거제어시장의 김성춘씨는 "횟집 사장이 직접 멀리 현지 어시장에 나와 생선을 사는 경우는 드물다"며 "좋은 생선이 나온다는 소문을 들으면 바로 뛰어오는 열정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부경대 회전문가 과정을 담당하는 조경제 교수는 "박씨는 생선에 막히면 바로 찾아와서 지도를 받는 몇 안되는 졸업생"이라고 칭찬했다.
박씨는 "나름대로 진지하게 배우면서 사업을 하면 망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요즘 그는 '싱싱회(생선을 잡아 몇 시간 숙성시키는 방식)'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생선을 잡아 바로 회로 먹는 한국식 활어와 냉동보관 후 회를 뜨는 일본의 선어방식보다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는 '싱싱회'가 차세대 회요리법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박씨는 확신하고 있다. 차세대 요리법의 성공을 자신하면서도 장사꾼답게 출시 시점에 대해선 신중하다. "새로운 것은 너무 일찍 내놓아도 고객의 눈길을 잡지 못하기 때문에 입맛 변화 추세를 눈여겨 관찰하고 있습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 횟집을 하려는 분들에게 >
횟집의 성공여부는 종업원들의 관리에 달려있습니다.
주방장들은 대부분 신경이 예민한 탓에 주인과의 마찰이 심해 자리를 자주 옮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경우 손님들이 음식맛이 달라졌다고 느끼는데다 안정되지 못한 횟집으로 느껴 영업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장은 최고 전문가가 되야합니다.
우선 사장이 회를 직접 뜰수 있어야하고 다양한 생선 지식도 갖춰야 합니다.
주방장과 함께 회를 쓸고, 맛있는 매운탕을 만드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합니다.
주방장보다 나은 실력을 보여야 종업원들이 인정하고 따릅니다.
종업원들은 영원히 종업원으로 남지 않습니다.
이들이 꿈을 가지고 실력을 쌓아 독립할 수 있도록 사장이 지원해야 합니다.
경영능력과 고객관리 방법을 조금씩 알려주고 시간이 나면 고객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줘 고객이 원하는 맛을 알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주방장들이 독립해 실패하는 이유는 경영능력과 고객관리 전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사장이 핵심 영업전략을 전수하면 믿고 따를 것입니다.
특히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의 경우 실장과 과장 등 직책을 부여해 책임과 자부심을 가지고 정성껏 음식을 만드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