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간 현대상선 경영권 싸움으로 현대건설 주가가 급등했다.

2일 현대건설과 현대건설 우선주는 각각 2.90%,12.29% 오른 6만400원,2만97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현대건설은 이날 장중 6만65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시가총액이 7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 현대가(家) 분쟁의 캐스팅보트로

현대상선 지분율은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이 비슷하다.

현대그룹은 지주사인 현대엘리베이터와 현정은 회장 등이 20.53%를 갖고 있고 우호세력인 케이프포춘 지분(10%)을 합치면 30%를 약간 웃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매입한 지분 26.68%가 전부다.

하지만 과거 현정은 회장측과 분쟁을 벌인 KCC(6.26%)가 중공업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아 지분 경쟁은 중공업측이 유리하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따라서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8.69%의 지분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현재 이 지분에 대한 의사결정권은 외환은행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갖고 있다.

주채권은행 관계자는 "현대상선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채권단은 엄정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이르면 연내 채권단의 손을 떠나게 된다.

결국 현대건설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현대상선의 운명도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 현대건설 인수전 판도 변화

지금까지 현대건설 인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곳은 현대그룹과 KCC 등이다.

업계에선 그동안 명분과 시너지 등을 감안할 때 현대그룹 인수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현대상선 지분 매입으로 판도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 M&A가 발등의 불이 돼버린 상황에서 현대건설 인수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상선 M&A를 막아야 하는 현대그룹사들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수조원을 조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인백 현대그룹 기획총괄본부장은 "현대건설 인수는 현대상선이 중심이 돼서 할 것이며 상선 지분 매입은 현대엘리베이터 등 우호 기업에서 하면 되기 때문에 건설 인수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증권가에는 현대건설 인수의 무게중심이 현대그룹에서 KCC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현대중공업이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건설 인수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날 현대상선은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현대중공업도 1.66% 상승한 9만1900원에 마감됐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