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이 신규 채용 대상자 분석이나 범범자 추적을 위해 사용하는 거짓말 탐지기의 오독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저명 과학자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실시한 조사 에서 스파이 10명을 포함한 1만명에게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한 결과 무려 1,600명이 시험에서 탈락했으며, 더구나 스파이 2명은 이 시험을 통과했다.

또 FBI가 매년 신규 채용 대상자들에게 거짓말 탐지기를 실시한 결과 무려 25%가 탈락했다.

이처럼 거짓말 탐지기의 효용이 떨어지는 이유는 탐지기가 시험 대상자가 거짓말을 하지 않더라도 다른 여러가지 요인으로 근심이나 불안이 있을 경우 혈압이나 심장 박동수 등 생리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감지해 이를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판독하기 때문.
따라서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smooth-talking liars)에게는 아무 효용이 없으며, 수사 당국이 대테러전에 필요한 인재를 제대로 가려서 뽑는 데도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오독 때문에 거짓말 탐지기 판독 결과는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으나 CIA나 FBI는 거짓말 탐지기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다.

이는 고용자가 피고용자들을 상대로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할 경우 감춰질 수 있었던 비밀들을 알아내는 등 전혀 뜻밖의 소득을 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CIA의 동구 비밀 수용소 존재 사실를 폭로한 자사 기자와 접촉했던 CIA 여직원 메리 매카시가 거짓말 탐지기 시험에서 한차례 이상 탈락했었다고 말하고 그러나 CIA측이 매카시에게 행한 심문을 둘러싼 세부 사항은 아직 명확치 않은 채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CIA는 이와관련, "한 직원이 언론과 비인가된 접촉을 하고 기밀을 부적절하게 배포한 일 때문에 그만 뒀다"고만 밝히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