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우 전 산업은행 부총재 "換亂때 런던서 1억弗 순익 가장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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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퇴임식을 갖고 34년 동안 근무한 산업은행을 떠난 이윤우 전 부총재(57)는 퇴임 직전 부인으로부터 "빨리 회사 그만두고 들어와 쉬라"는 재촉을 받았다고 한다.
현대자동차 빚탕감 로비의혹과 관련,연일 언론을 타는 산은에 대한 '흉흉한' 소식 탓이다.
퇴임식 직전 기자와 만난 이 전 부총재는 "가정주부가 뭘 잘 모르고 하는 걱정"이라며 웃어 넘겼지만 "검찰수사에 대해 할 말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사뭇 진지해졌다.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산은은 바람에 수시로 흔들려온 나무와 같은 존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삭풍을 견뎌낸 나무의 뿌리가 한층 단단해지는 것처럼 산은도 어려움을 이겨내면 더 강한 조직이 될 겁니다."
아직 자행 출신 총재를 배출하지 못한 산은에서 내부 승진 총재가 나온다면 1순위로 꼽혔을 정도로 안팎의 신망이 높았던 그는 산은의 독자적 성장론을 폈다. "산은이 정부의 '우산'에 의해서가 아니라 독자적으로 세계 금융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후배들이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2003년 이후 잇따라 터진 LG카드 및 SK글로벌 사태 등을 무사히 넘기고 가까스로 견조한 실적을 내기 시작했지만 최근 불거지는 산은 정체성 논란 등 외부환경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는 재직 기간 중 외환위기가 발생한 기간이었던 1996년부터 1998년까지 런던지점장으로 일할 때를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여러가지 위기조짐이 나타나는데도 정부는'펀더멘털이 양호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지요. 하지만 국제 금융시장에선 '그게 아니다'라는 분위기였지요.
그래서 1997년 초부터 그해 10월까지 산은 런던지점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물 유가증권 2억달러어치를 모두 현금화했습니다." 그런 노력 때문에 산은 런던지점은 전 금융권이 '난리통'이었던 1997년 말에도 '기적'에 가까운 1억달러의 순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
"외환위기 때도 그랬듯 금융시장 종사자들은 현장의 세밀한 모니터링에 근거한 종합적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늘 깨달아야 합니다.
금융회사들이나 감독당국도 올바른 종합적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현장'의 능력을 키우는 일이 기본입니다."
이 전 부총재의 퇴임 후 거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자회사인 대우증권에 회장 자리를 신설해 가거나 이사회 의장이 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신 5월부터 중앙대에서 교편을 잡아 '중국 금융시장의 외환관리제도'에 대해 강의하는 교육자로 변신할 예정이다.
글=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현대자동차 빚탕감 로비의혹과 관련,연일 언론을 타는 산은에 대한 '흉흉한' 소식 탓이다.
퇴임식 직전 기자와 만난 이 전 부총재는 "가정주부가 뭘 잘 모르고 하는 걱정"이라며 웃어 넘겼지만 "검찰수사에 대해 할 말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사뭇 진지해졌다.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산은은 바람에 수시로 흔들려온 나무와 같은 존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삭풍을 견뎌낸 나무의 뿌리가 한층 단단해지는 것처럼 산은도 어려움을 이겨내면 더 강한 조직이 될 겁니다."
아직 자행 출신 총재를 배출하지 못한 산은에서 내부 승진 총재가 나온다면 1순위로 꼽혔을 정도로 안팎의 신망이 높았던 그는 산은의 독자적 성장론을 폈다. "산은이 정부의 '우산'에 의해서가 아니라 독자적으로 세계 금융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후배들이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2003년 이후 잇따라 터진 LG카드 및 SK글로벌 사태 등을 무사히 넘기고 가까스로 견조한 실적을 내기 시작했지만 최근 불거지는 산은 정체성 논란 등 외부환경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는 재직 기간 중 외환위기가 발생한 기간이었던 1996년부터 1998년까지 런던지점장으로 일할 때를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여러가지 위기조짐이 나타나는데도 정부는'펀더멘털이 양호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지요. 하지만 국제 금융시장에선 '그게 아니다'라는 분위기였지요.
그래서 1997년 초부터 그해 10월까지 산은 런던지점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물 유가증권 2억달러어치를 모두 현금화했습니다." 그런 노력 때문에 산은 런던지점은 전 금융권이 '난리통'이었던 1997년 말에도 '기적'에 가까운 1억달러의 순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
"외환위기 때도 그랬듯 금융시장 종사자들은 현장의 세밀한 모니터링에 근거한 종합적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늘 깨달아야 합니다.
금융회사들이나 감독당국도 올바른 종합적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현장'의 능력을 키우는 일이 기본입니다."
이 전 부총재의 퇴임 후 거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자회사인 대우증권에 회장 자리를 신설해 가거나 이사회 의장이 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신 5월부터 중앙대에서 교편을 잡아 '중국 금융시장의 외환관리제도'에 대해 강의하는 교육자로 변신할 예정이다.
글=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