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의 공백 어떻게 메울까.'

정몽구(MK) 회장의 구속으로 '총수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현대차그룹이 비상경영체제를 어떻게 꾸려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일단 별도의 대책기구나 권한 대행은 두지 않고 계열사별 최고경영자들이 책임경영하는 '각사 독립경영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그러나 핵심 임원들 중 상당수가 검찰 수사를 계속 받아야 하는 데다 총수의 부재로 해외 공장 신증설을 비롯한 대규모 투자 사업은 당분간 전면 보류할 수밖에 없어 그룹의 경영난이 갈수록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 시동

3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부사장급 이상 20명은 정 회장 구속 다음날인 29일 양재동 본사에서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그룹 운영방안 등을 논의했다.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도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그룹을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로 운영키로 했다.

그룹측은 이와 관련,"별도의 비상대책기구나 대행체제는 없고 각사 대표들 책임 하에 업무를 정상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김동진 부회장이 총괄하고 위아·현대오토넷은 김평기,현대모비스는 한규환,로템은 정순원,현대하이스코는 김원갑,현대제철은 이용도 부회장이 책임경영하게 된다.

기아차의 경우 현재처럼 정의선 사장(해외사업 담당)과 조남홍 사장(국내사업 담당)의 투톱 체제로 운영된다.

현대차그룹의 이런 방침은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 집단경영체제로 전환하더라도 각자 분야가 다른 그룹의 특성상 의견 통일이 쉽지 않은 데다 주요 사안의 경우 책임과 권한을 갖고 의사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 회장 특유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대신할 만한 '2인자'가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주요 사업 차질은 불가피

현대차그룹이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를 유지하더라도 대규모 투자나 신규 사업 등 각사 대표의 권한을 넘는 사안에 대해서는 정 회장의 최종 결심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경영 차질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정 회장은 그동안 각종 정보를 수시로 접하고 국내외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활발한 현장경영을 펼쳐왔지만 '옥중'에서는 사정이 여의치 않을 수밖에 없다.

정보 차단 등으로 주요 사안에 대한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고 경영 마인드도 위축될 수밖에 없어서다.

이에 따라 현대차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복귀하기 전까지는 대규모 투자나 신규 사업이 올스톱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의선 사장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정 사장도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여서 경영에 전념하기 힘든 상태다.

김동진 부회장을 비롯한 다른 핵심 임직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현대차가 어떤 방식으로 그룹을 운영하더라도 경영 공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를 운영하더라도 일상적인 업무만 진행할 뿐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사안들은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면서 "정 회장의 조속한 복귀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