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양대 할인점 업체인 테스코(영국)와 까르푸(프랑스)가 국내 시장에서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 주목을 모으고 있다.

외국계로는 가장 먼저인 1996년 한국시장에 들어온 까르푸가 경영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 채 한국법인을 통째로 이랜드에 매각,철수를 확정지은 반면 3년 늦게 진출한 테스코는 국내 할인점업계 2위 자리를 탄탄하게 지키고 있는 것.

두 회사의 운명이 엇갈리게 된 요인으로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꼽는 것은 전략적인 '현지화'의 성패다.

테스코는 1999년 삼성과 제휴,'삼성테스코'란 합작법인(현 지분율 90 대 10)으로 들어온 이래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 대부분을 삼성의 유통분야 베테랑들로 기용한 반면 까르푸는 100% 단독 투자로 들어와 자국인 CEO체제를 고수했다.

이 같은 '인적 현지화'가 중요한 것은 세계 최대 할인점 업체인 미국 월마트조차 고전을 면치 못할 정도로 한국 소비자들은 구매 패턴이 독특하기 때문이다.

까르푸는 매대를 높이고 매장 내 공간을 넓게 구성하는 등 '정통 유럽형'으로 한국 할인점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킨다는 전략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반면 삼성테스코(홈플러스)는 한국 사정에 정통한 바이어들을 최대한 활용해 품목 경쟁력을 높였고,한국인 기호에 맞춰 낮은 매대와 함께 아기자기하게 실내를 꾸며 조기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할인점업계에선 처음으로 문화센터를 운영하는 한편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도입하고,멤버십카드(훼밀리카드) 제도를 운영하는 등 '부대 서비스'에 민감한 한국인들의 마음을 공략하는 데도 성공했다는 지적이다.

삼성테스코는 한국 진출 3년 만인 2002년 이후 롯데마트를 제치고 신세계 이마트에 이어 할인점업계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까르푸의 또 한 가지 실패 요인은 인사 관리의 전략 부재다.

'글로벌 까르푸 프로젝트'에 따라 2001년 이후 국내 법인의 노련한 유통 베테랑들을 중국 등 제3국 법인으로 돌리고 젊은 직원들을 대거 임원으로 승진 배치하는 인사실험을 한 것이 패착으로 드러난 것.게다가 까르푸의 부장 초봉이 이마트의 과장 연봉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와 2000년에 채용한 6명의 외부 출신 임원들이 1년도 안 돼 빠져나가는 등 치밀하지 못했던 인사 및 조직 관리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한편 테스코는 태국에서도 현지인 체형과 구매 패턴에 맞춰 매대 높이를 2m 정도로 낮추는 등 대부분의 해외 법인에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펴고 있다.

총 226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태국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21억달러로 단연 1위다.

고기를 덩어리째 얼음 위에 놓는 진열 방식을 채택,재래시장에서 직접 고기를 만져보고 사는 태국인들의 습관을 반영한 것은 단적인 현지화 사례로 꼽힌다.

김동민·박동휘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