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와 독도 외교는 엉뚱하게 닮았다.

비교할 수 없는 미국계 사모펀드와 동해의 작은 섬이지만 선동(煽動)과 바람의 논리에 휩싸였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론스타는 융탄폭격을 맞고 있다.

검찰의 헐값 매각 조사,국세청의 세금추징,감사원의 BIS(국제결제은행) 비율 조작 감사,서울시의 등록세 중과를 위한 조사,시민단체의 공박.'무자비한 외국자본 때리기' 로 비쳐질 만큼 파상공격이다.

론스타의 스타타워 매각이나 외환은행 인수 및 매각은 경제적 거래다.

그 과정에 참여한 주체들의 비위나 불법행위만 가려내면 된다.

거래 자체에 흑막이 있는 것처럼 '못된 자본들의 못된 돈놀이'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환은행 인수 및 매각에 대한 검찰과 감사원의 총체적 조사결과 하자가 없었다는 결론이 나더라도 론스타는 이미 국민의 눈에 악의 화신으로 각인된 듯하다.

KT&G를 공격한 월가의 투자자 칼 아이칸도 론스타 만큼이나 사악한 외국자본으로 비쳐졌다.

아이칸은 미국 사회에 엄청난 돈을 기부하는 박애주의자의 면모를 갖고 있지만 한국기업을 먹으려 했다는 사실만으로 나쁜 투기꾼으로 매도당했다.

꼭 누구라고 지칭하기 어려울 만큼 사회 전체가 외국자본 매도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에 돈 벌러 갔다간 바람몰이라는 장벽에 막혀 낭패를 당한다는 인식이 외국자본에 퍼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동북아시아의 금융허브를 지향하는 나라치곤 외국자본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너무 싸늘하다.

미래에셋 같은 한국의 선발 투자자들이 인도 베트남 중국 등에서 현지인들이 생각지도 못하는 첨단 기법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말이다.

바람몰이는 독도 외교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지난달 25일 한.일관계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담화는 외교관의 머리와 팔과 다리를 모두 묶어버린 극단의 처방이었다.

독도는 한국이 실질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우리 땅이다.

역사적 증거를 더 찾고 신빙성 있는 자료로 국제 사회를 조용히 설득하는 게 중요한데도 대통령은 선동의 정치로 타협의 여지를 없애버렸다.

아시아지역의 패권을 놓고 벌이는 중.일.인도 간의 경제전쟁에서 일본과 전략적 제휴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며칠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백악관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만나던 모습을 떠올려보자.

중국을 대만으로 부르고 중국이 범죄인 취급하는 파룬궁 신도가 기자회견장에서 소란을 피우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지만 후진타오는 웃음으로 넘겼다.

중국이 보기에는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도 억지다.

8000억달러가 넘는 미국의 막대한 적자는 미국 정부와 국민들의 헤픈 씀씀이 때문이지 위안화가 싸기 때문이 아니란 게 중국의 생각이다.

그렇게 말도 안되는 위안화 절상 압력을 넣는 정상회담장에서 중대한 외교적 결례까지 범했는데도 흥분하지 않는 후진타오의 처신은 많은 것을 생각케 했다.

선동과 바람속에는 차가운 머리가 들어설 틈이 없다.

경제와 외교는 뜨거운 가슴으로 하는 게 아니다.

론스타와 독도도 열정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다.

고광철 국제부장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