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은 자신의 이름 대신 `4011'이라는 수번을 가슴에 달고 1평 남짓한 독방에서 옥중 첫날 밤을 보냈다.

100여개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뒤로 하고 낡은 아반테 승용차 편으로 경기도 의왕시의 서울구치소에 도착한 정 회장은 자신의 몸에 익숙했던 양복을 벗어 영치한 뒤 연두색 수의를 입고 일반 재소자와 다름없이 입소절차를 밟았다.

간단한 신체검사와 사진촬영을 거쳐 공동생활에 필요한 구치소내 규칙을 간단히 교육받은 정 회장은 자정께 교도관의 안내를 받아 구치소 건물 3층에 위치한 독방에 입감됐다.

정 회장은 만 68세의 고령인 데다 혈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병사(病舍)에 수감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있었으나 구치소내 건강검진에서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는지 일반 사동에 수감됐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구치소로 향하던 길에 침통한 모습을 보였던 정 회장은 입소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고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전했다.

교정시절의 일일시간표에 따라 오전 6시 20분께 불편한 잠자리에서 눈을 뜬 정 회장은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식사 대신 팩우유 1개로 끼니를 대신했다.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식사가 입에 맞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회에서도 평소 아침식사를 우유 한잔으로 대신하는 식습관 때문이라는 게 구치소측 설명이다.

정 회장은 앞으로 교정시절이 정한 일정에 맞춰 수감생활을 해나가야 하지만 아직까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가 종결되지 않아 당분간 서초동 검찰청사에 불려가 조사를 받으면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이 이번 주말에는 소환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어 정 회장은 다음 주초까지 변호사 접견과 가족 등의 면회를 하면서 소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정 회장은 29일 오후 구치소를 찾아온 아들 정의선 사장, 회사 임원들과 면회를 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구치소 일과에 맞춰 오전 6시20분에 기상해 하루 세번 국과 2가지 반찬이 곁들여진 식사를 하며 오후 8시20분에 취침한다.

정 회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사이 하루 1차례 10~15분 간 외부인의 면회 를 받을 수 있으며 변호인의 접견은 횟수와 시간 제한 없이 가능하다.

특별면회를 통해 30~40분 간 외부인 접견이 가능한 만큼 그룹의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정 회장이 직접 결재하는 이른바 `옥중 경영'도 할 수도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기업을 경영하는 총수라고 해서 구치소에서 특별대우하는 일은 없다.

그러나 고령이고 고혈압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필요한 조치가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