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관들은 너나할 것 없이 통신주를 쓸어담고 있다고 보면 된다." 모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의 이 말은 최근 통신주에 대한 기관의 '러브콜'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기관이 가장 많이 사들인 업종은 통신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초부터 이달 26일까지 기관의 통신 순매수 규모는 6344억원으로 전체 순매수 금액(1조4396억원)의 44%를 차지해 철강(순매수 6199억원) 금융(2542억원) 등을 능가한다. 기관의 통신주 사들이기는 1999년 말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기관 매수세를 바탕으로 주가는 단연 강세다. SK텔레콤은 최근 2년간 두터운 벽이었던 20만원을 훌쩍 뛰어넘어 22만원도 돌파한 상태며,주가 흐름이 무거웠던 KT는 이달 들어서만 6% 가까이 올랐다. KTF는 최근 3년 만에 처음 3만원대를 넘어섰으며 LG텔레콤 데이콤도 최근 2~3년 만의 최고가를 달리고 있다.

정승교 우리투자증권 통신팀장은 "최근 1년간 대세 상승장에서 다른 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대부분 10배를 넘었는데 통신업종은 아직 9배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치주펀드들도 대거 통신주를 편입하고 있다.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전무는 "KT와 SK텔레콤의 경우 이익 성장성은 낮지만 꾸준히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데다 PER도 낮고 배당수익률도 5% 이상이어서 더이상 방어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실적도 좋아지는 추세다. 이날 1분기 실적을 발표한 SK텔레콤의 경우 마케팅 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667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8.69% 증가하는 호조를 보였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