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인해 국민연금 수지를 포함한 통합재정수지(일반·특별회계 기금을 모두 합친 국가 살림살이)가 2032년 흑자에서 적자로 뒤집히고 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13.6%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지속 가능한 공적연금을 위해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특수직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고 '더 내고,덜 받는' 연금개혁을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7일 '인구 구조 고령화의 경제·사회적 파급효과 및 대응과제'란 총괄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문형표 KDI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미적립 연금부채 규모는 지난해 현재 GDP의 33% 수준이고 지금의 제도가 유지되면 2070년에는 GDP의 160%까지 올라간다"며 "국민연금의 '고급여·저부담' 구조를 이른 시일 내에 개혁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밝혔다.

미적립 연금부채란 가입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인 책임준비금과 실제 적립된 금액의 차이를 말한다.

문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2040년에 고갈된 이후 그 해 걷은 연금보험료로 그 해 연금수급자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방식(PAYG)으로 바뀌면 현재 9%인 보험료율이 2050년 30%,2070년엔 38%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정부의 국민연금법 개정안도 장기적 재정안정을 보장하기엔 미흡한 수준"이라며 "장기적으로 보험료율을 추가로 인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연구위원은 "연금제도의 지나친 관대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조기 은퇴 경향의 원인이 됐다"며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고령화가 시작되기 전에 연금 구조조정과 조기 은퇴 억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DI는 또 "고령화로 인해 국민연금 수지를 포함한 통합재정수지는 2032년 흑자에서 적자로 반전돼 적자폭이 커질 것"이라며 "이런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KDI는 이와 함께 "공무원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 군인연금 등 특수직연금은 국민연금에 비해 저부담·고급여 문제가 더 심각하다"며 "궁극적으로 특수직연금은 국민연금에 통합해야 하고,과도기적으로 급여의 하향 조정을 통해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 분리 △최저연금보장제도로서의 기초연금제도 개편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선 △완전적립형 소득비례연금제도의 확립 △민간연금의 활성화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KDI는 아울러 "고령층의 안정적 노후 소득 확보를 보조하기 위해 장기국채를 비롯한 장기저축시장을 활성화하고 개인연금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역모기지론을 활성화해 보유 자산을 유동화하도록 하는 방안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국내에서는 국민연금의 투자대상이 마땅치 않아 수익률을 올리기 힘든 만큼 해외투자 확대 등 국민연금 운용 방식의 변경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