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LG카드에 이어 다음 달 중 일부 물량이 매각될 예정인 기업은행의 지분도 매입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행의 지분(전체의 51%) 가운데 15.7%를 다음 달 중 매각할 예정이다.

정부가 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물량을 한꺼번에 시장에 내놓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기관투자가들에게 쪼개 파는 블록세일 방식으로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농협은 리테일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업금융 분야를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기업은행 지분 인수전에 뛰어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농협이 최근 국민은행에 넘어간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드는 문제를 지난해 검토한 적이 있다"며 "이때 외환은행을 인수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제2안'으로 기업은행 지분 인수전에 뛰어드는 방안을 함께 마련했었다"고 전했다.

기업은행 지분 매각건과 관련해서는 농협뿐만 아니라 외국계 기관투자가의 관심도 뜨겁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달 초부터 10일 동안 유럽과 미국에서 기업설명회(IR)를 실시한 결과 5~10개 기관투자가들이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은행 지분 매각에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운 것은 '기업은행을 장기적으로는 민영화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기회에 일정 지분을 확보해 두면 민영화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권석 기업은행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민영화 과정에서 외국인 지분이 너무 많아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발언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