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2년 동안 딸이 우승할 날만 고대하던 아버지는 정작 심한 관절염 때문에 우승장면도 지켜보지 못했다.
소렌스탐의 벽을 무너뜨리고 미국LPGA투어 첫승을 올린 임성아(22)의 뒤에는 '골프 대디(daddy)' 임용원씨(63)가 있었다.
대한항공 기장 출신(2003년 말 은퇴)인 임씨는 딸이 지난 2004년 미국LPGA 퓨처스(2부)투어에 데뷔할 때부터 본격적으로 딸의 '그림자'가 됐다.
평소 무릎이 좋지 않아 골프백을 메지는 않았지만,밥을 하거나 운전을 하는 등 궂은 일을 도맡아 했다.
그러면서도 임씨가 딸에게 미안해 했던 점은 임씨 부부와 딸 세 명이 한 방을 써야 하는 것이었다.
올해 초 농협이 스폰서가 돼주면서 한 시름 놓았지만,넉넉지 않은 형편이어서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임씨가 지난주 다케후지클래식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무릎이 아파 도저히 딸을 따라다닐 수 없었기 때문.
병명은 '퇴행성 관절염'.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알았는지,딸은 아버지가 귀국하자마자 덥석 우승컵을 안았다.
임씨는 척추관절 전문병원인 서울 강남 나누리병원에서 딸의 스승인 최봉암 국가대표 코치로부터 우승소식을 들었다.
임씨는 24일 정밀검진을 한 뒤 25일 수술을 받을 계획이다.
최봉암 코치는 "성아가 우승하기까지는 부모님의 공이 컸다"며 "성아가 평발이어서 오래 걷지 못하는 약점이 있지만 스윙(플레인)은 워낙 좋은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에 입문한 임성아는 국가대표를 지내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지난 2001년 고교 재학 시절 아마추어 신분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 타이거풀스토토여자오픈에서 우승해 두각을 나타낸 임성아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김주미와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뒤 프로 무대에 뛰어 들었다.
2004년 미국으로 진출,'톱10'에 8차례나 들었지만 상금순위로 풀시드를 획득하는 데 실패하고 퀄리파잉스쿨에서 공동 10위를 기록,LPGA 무대에 섰다.
지난해 '톱10'에 4차례 입상하며 상금랭킹 43위를 기록,가능성을 보였으나 올해 시즌 개막전 SBS오픈에서 공동 8위에 오른 뒤 2차례 커트미스와 중하위권에 머물러 '2년차 징크스'에 빠지는 듯 했다.
그러나 아니카 소렌스탐을 상대로 '역전우승'이라는 '대박'을 터뜨렸다.
84년생 동갑내기 '쥐띠 3인방'인 안시현 김주미에 이어 가장 늦게 우승컵을 안았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