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동해 탐사 계획을 둘러싼 한·일 외교차관 협의가 지난 22일 막판 진통 끝에 타결됐다.

양국은 독도 주변에 대한 개명 작업과 탐사에 대한 각자의 계획을 6월 이후로 보류함으로써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로 했다.

그러나 급한 불을 껐을 뿐 본전(本戰)은 이제부터다.

정부는 5월 중 일본과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명확히 하기 위한 국장급 협상을 시작한다.

○충돌 피하기 위해 극적 '회항'

한·일 양국은 21~22일 외교 차관 협의에서 △일본은 이번에 예정한 해저 지형 조사를 중지한다 △한국은 6월 국제수로기구(IHO) 회의에 한국식 독도 주변 해저 지명을 제출하지 않는다 △EEZ 경계 획정을 위한 국장급 협의를 이르면 5월 중 재개한다 등 세 가지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일본 해상보안청은 23일 오전 돗토리현 사카이항 앞바다에 정박해 있던 탐사선 메이요호와 가이요호를 원래 정박지인 도쿄항으로 철수시켰다.

이번 협상은 평화로운 합의를 도출한다는 사전 교감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시작됐으나 일본이 "한국도 중간 수역에서 일본의 허가를 받지 않고 해양 탐사를 계속해 왔다"며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해 진통을 겪었다.

이에 한국은 "독도는 한국의 영토이므로 중간 수역이 아니라 한국의 영해"라고 단호하게 맞섰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이 이번 사태를 매듭지은 배경에 대해 외무성 관리의 말을 인용,"미국의 압력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같은 미국의 우방끼리 충돌할 경우 동아시아 리더로서 일본의 자격에 의구심을 일으킬 것"이라는 조언을 비공식적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게 전달했다고 이 신문은 밝혔다.

○급한 불만 껐을 뿐

양국은 합의 내용을 발표하면서 미묘하게 다른 해석을 내놓아 갈등이 해소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은 "우리의 정당한 권리인 해저 지명 등록을 적절한 시기에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나,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한국이 6월에는 한국 이름을 제창하지 않는다는 데 이해를 같이했다"고만 밝혔다.

또 유 차관은 "일본의 해저 지형 조사는 철회라는 뜻"이라고 말했으나,일본 해상보안청은 "이번에 예정했던 조사를 중지하지만 이후에도 일본 주변 해역에 관한 적정한 지도 작성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일 양국은 독도 영유권 및 동해 EEZ를 둘러싼 갈등의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5월 중 협상에 착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양국 정부와 국민들 간에 감정이 더욱 악화했다는 점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일본은 독도 주변이 1999년 발효된 신어업협정문에 '중간 수역'으로 돼 있다는 점을 악용해 향후 한국의 동해 탐사 등 주권 영유에 대해 계속 딴죽을 걸 가능성이 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 정부가 이번에 초강경 대응을 함으로써 (일본이) 독도가 분쟁지역이라는 인상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데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