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붐에 일본자금이 봇물을 이룰 태세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체에 대한 일본자본의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영화 드라마 음반 등의 판권확보를 위한 일회성 투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엔 경영권 인수,합작기업 설립 등을 통해 한류 콘텐츠의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하려는 지분투자로 확대되는 추세다.

일본자금의 유입은 관련 엔터테인먼트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엔터 붐’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 일본 자금 투자 봇물

23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일본의 투자회사인 오메가프로젝트홀딩스는 최근 85억원을 투자해 코리아텐더의 지분(19.2%)과 경영권을 인수했다. 일본업체가 국내에 상장된 코스닥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해 직접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메가프로젝트홀딩스는 코리아텐더를 통해 자회사인 오메가픽쳐스가 해오던 한국영화 수입 및 일본영화 한국 배급 등의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메가픽쳐스는 한때 DVD유통업체인 스타맥스의 대주주로 일본영화의 국내 DVD 배급 등도 추진했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일본의 에이벡스와 유센코퍼레이션이,유비다임키이스트(옛 오토윈테크) 등도 각각 아폴로인베스트먼트 소프트뱅크 등이 지분 투자해 제휴를 맺은 상태다.

드라마업체인 JS픽쳐스는 아시아 시장을 겨냥,사전제작하는 '식객'에 일본자금의 투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측 관계자는 "명목은 일본업체에 '식객'의 일본 내 판권을 파는 것이지만 실제론 초기 제작비를 지원받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포이보스는 아예 일본기업과 손잡고 현지에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합작법인을 통해 양국의 감독 배우 작가 등을 결합,한국과 일본의 관객들이 공유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임성근 사장은 "아시아 시장에서 유통될 수 있는 콘텐츠라면 할리우드 영화 못지 않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성장 기여' vs '일본 자본에 종속'

최근 일본업체들이 앞다퉈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체에 투자하는 것은 한류 콘텐츠의 안정적 공급선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유비다임의 경우 앞으로 제작하는 영화는 일본 아폴로인베스트먼트의 관계사를 통해 일본시장에 배급할 예정이다.

중국시장을 겨냥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일본의 영화나 드라마로는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어렵지만 한·일 합작영화 등으로는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 있어서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선 "한류가 일본 자본에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일본 자금 유입은 아직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한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면서 해당 종목 주가 강세의 한 요인이 됐다.

유화증권 최훈 연구원은 "일본의 투자업체들은 엔터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자금조달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며 "국내업체들이 한류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