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동해 도발' 계획으로 인한 한.일 갈등이 22일 극적 타결됨에 따라 동해 출항을 위해 돗토리(鳥取)현 사카이(境)항연안에 대기중이던 측량선 2척이 조만간 도쿄항으로 귀항할 전망이다.

해상보안청 소속 측량선 메이요(明洋, 621t)호와 가이요(海洋, 605t)호 2척은 '수로 탐사' 명목으로 지난 18일 도쿄를 떠나 사카이항에 입항했으며 당일부터 연안에서 출동 대기를 해왔다.

일본 당국은 차관 협의 직전까지 "협의가 결렬되면 조사를 단행한다"며 '유사시 탐사 강행' 방침 아래 출동 태세를 갖췄다.

특히 한국측이 나포나 임검 등 실력행사에 나설 경우 비디오 촬영 후 '불법행위'로 국제사회에 호소, 한국측의 '해저지명 국제공인'을 저지한다는 복안을 마련해 두었었다.

"정부는 해저 지명 변경 문제와 관련, 국제적 통용방안을 실무차원에서 검토중이었다. 국제수로기구(IHO)를 통한 해저지명 등재에는 면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관계부처간 협의를 거쳐 적절한 시기에 지명변경을 추진하고자 한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19일 이같이 밝힌 직후부터 일본 정부는 사태의 '외교 해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관측된다. '적절한 시기' 등의 표현에서 한국 정부의 '유연한 입장'을 읽었기 때문이다. 외견상의 '탐사준비 진행'과는 별도로 물밑에서는 협상 초안이 다듬어지기 시작했다.

이튿날 "예측할 수 없는 사태를 될 수 있는 대로 피하고 싶기 때문에 평화적으로 해결되도록 외교경로를 통해 교섭하고 있다" "원만한 해결을 위해 비공식 접촉을 하고 있으며 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의 발언이 각각 잇따랐다.

이어 21일 외교관례상 매우 파격적으로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외무성 사무차관을 한국에 파견됐다. 그의 파견은 이번 '도발'을 지휘한 것으로 지목된 아베 장관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본 정부가 현 사태를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대타협'을 원한다는 메시지로 읽혔다.

교도통신은 22일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면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등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양국 관계가 더이상 악화되는 것을 피하자는데 양측이 인식을 같이한 것을 합의의 배경으로 풀이했다.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에서 한국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 더이상의 '도발'은 악수라고 일본측이 판단했다는 관측이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기류는 "해양조사를 둘러싼 대립이 한.일 납치문제 공조에 명백히 마이너스"라는 외무성 관계자의 언급이 20일자 일본 신문에 일제히 보도됨으로써 드러났다.

특히 일본 정부는 이번 '도발'을 통해 당장 한국측의 '해저지명 등재' 계획을 유보시키는 실리를 챙겼고 동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한.일간 경계획정 협의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으며 독도를 '분쟁지역'이라는 인상을 안팎에 심는데도 일정 부분 성과를 올렸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이 '도발 중단'의 직접 배경으로 관측된다는 것이 도쿄 외교가의 분석이다.

반면 일본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한번 '동아시아의 말썽꾸러기'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게됐다는 평가이다. 교도통신은 "고이즈미 정권의 외교 자세, 능력에 거듭 의문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도쿄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