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관련서를 100권 넘게 읽었는데 그동안에는 디자인을 비즈니스로만 생각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은 디자인을 미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눈이 생겼죠.기능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예술성과 순수성 등 본질이 더 중요하다는 걸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이장우 이메이션코리아 대표는 소문난 책벌레이자 공부벌레다.

박사학위를 두 개나 따고도 또 학위과정에 들어갔다.

그것도 어찌보면 완전히 다른 분야를 천연덕스레(?) 훑고 다닌다.

2003년 경희대에서 '신상품 개발 과정'을 주제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올 2월에는 성균관대에서 '공연예술 작품에 대한 감성과 경험이 공연 브랜드 일체감과 애호도 및 카테고리 애호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로 공연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홍익대 국제디자인대학원(IDAS) 박사과정에 또 등록했다.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라 '디자인학'을 연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목·금요일 저녁마다 그는 대학로에 있는 강의실로 달려가 30대 아티스트들로 구성된 대학원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

"공연·건축·시각미술 등 예술을 폭넓게 이해하고 싶어 공연예술학 박사 학위에 도전했지만 내심으로는 디자인 공부를 먼저 하고 싶었죠.실제로 지난해 이메이션코리아의 전략적 슬로건이 '브랜드·디자인·마케팅'이었는데 그 효과가 벌써 나타납니다."

그동안 디자인 교육 단기 코스를 6번이나 밟았다는 그는 직원들에게도 부지런히 공부하라고 권한다.

평소 모은 자료나 신문 스크랩 등을 수시로 건네주기도 한다.

"디자인이 과학과 공학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전부터 계속 흥미를 갖고 있었지요.

앞으로는 디자인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는 디자이너를 '도구'로 여기면 절대 안된다고 말한다.

제품의 효용성뿐만 아니라 디자인의 순수성과 예술성이 창조적으로 빛을 발해야 디자인의 생명력도 커진다는 것."우리나라는 1년에 3만6000명의 디자인 인력을 배출합니다.

숫자로만 보면 미국에 이어 2위죠.그런데 디자인 경쟁력은 25위밖에 안돼요."

왜 그럴까? "너무 기능에 치우쳐서 그렇습니다.

손끝도 좋지만 머리끝을 돌릴 수 있는 사람이 많이 나와야 하지요.

공학도 기초과학이 잘 되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디자인 분야 또한 마찬가집니다.

문(文)·사(史)·철(哲)의 인문학이 살아야 건강한 사회의 인프라가 구축되는 것과 같은 이치죠."

3M 세일즈맨 출신 전문경영인인 그는 데이터 저장장치 전문업체인 이메이션코리아의 초대 사장을 맡아 10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1년에 200권 이상의 책을 읽는 독서광이자 3권의 책을 펴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