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어 정말 걱정스럽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950원대를 뚫고 940원대로 내려앉았다.

어제 잠시 반등했지만 환율하락 기조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환율이 95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환율이 이처럼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가장 큰 원인은 미국 금리인상 종결 분위기에 따른 달러 약세와 중국 위안화의 절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외국인 자금의 국내 주식시장 유입과 수출업체들의 달러 과매도(過賣渡)가 겹쳐 환율 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양상이다.

그런 만큼 앞으로도 환율이 더 내려가면 내려갔지 오를 요인은 찾기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경상수지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무역흑자가 이어지면서 달러가 쌓이고 있는 탓도 크다.

문제는 이 같은 환율하락이 우리 수출기업의 경쟁력에 타격을 주면서 모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기를 다시 주저앉힐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사실 환율하락이 수출에 주력하는 기업에 주는 영향은 치명적(致命的)이다.

현대자동차만 하더라도 환율이 100원 하락하면 매출액이 약 1조6500억원,영업이익은 8000억원이 줄어든다고 한다.

더구나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 가를 잇따라 경신하면서 이미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이 수출을 포기했거나 적자수출을 감수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물론 그렇다고 정부가 섣불리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장개입의 효과를 거두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자칫 환투기 세력만 도와주기 십상인 까닭이다.

또 개입한다손 치더라도 구조적인 환율하락의 대세를 막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점에서 환율 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응방안이 긴요하다.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가 환율 급락을 극복할 수 있는 정공법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과거 플라자 합의때 일본이 대폭적인 엔화 절상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기업들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런 능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고,이런 상황에서 원화가치가 지속적으로 절상되면 국제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은 별로 없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기업들이 환율의 파고를 넘어설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 대책 등을 고민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