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철 감사원장이 20일 외환은행 매각 유보론을 들고 나온 것은 감사 결과에 따라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취득 자체가 원천무효화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론스타가 당시 경영진과 짜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조작하는 등 금융당국을 속였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의중의 표현이기도 하다.

비록 개인의견을 전제로 한 발언이긴 하지만 현재 조사를 총지휘하고 있는 헌법기관 수장의 의견인 만큼 무게가 남다르다.

이에따라 가뜩이나 외환은행 노조의 실사거부로 차질을 빚고 있는 론스타와 국민은행 간 매각협상은 더욱 난항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매각 유보 발언 배경

전 원장이 매각작업을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한 가지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 주식을 매입한 것은 원천무효'라는 결론이 나오는 경우다.

원천무효가 되려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게 전 원장의 설명이다.

전 원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외환은행 매각의 근거가 됐던 BIS비율 6.16%가 명백히 조작된 것이고,그 과정에 론스타가 개입했다는 것이 입증된다면 당시 매각계약에 대해 유·무효를 따질 수 있을 것이라는 법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면 당시 금융당국의 매각승인 결정을 민법상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로 간주해 계약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는 논리로 들린다.

이에 따라 향후 감사원 감사방향은 BIS비율 조작여부와 론스타의 개입여부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전 원장은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사장을 21일 소환하기로 했다"며 "론스타가 BIS비율을 낮추는 데 간여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또 '론스타가 BIS비율 조작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를 자세히 밝혀내야 매각계약을 무효화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는 한나라당 김재원 의원의 주장에 "감사내용의 초점이 거기에 맞춰져 있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천무효화 가능할까

이 부분에 대한 감사원의 반응은 매우 조심스럽다.

아직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데다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지도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최종 감사결론이 어떻게 내려질지 자신들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전 원장도 "대외 신뢰도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론스타의 개입여부에 대한 확실한 판단이 서야 하는데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순수 민간회사인 론스타에 대해서는 강제적인 조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이 감사원 감사의 한계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결국 원천무효화 여부는 감사원 감사 이후 이뤄질 검찰조사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