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19일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내년에 당장 없애는 것은 어렵다"며 "일러야 2008년 중에나 출총제를 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위원장은 이날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출총제를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 검토할 방침이지만 대안 마련과 여론수렴 등의 작업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나 끝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관련 법 개정 작업까지 감안할 때 내년에 출총제를 대신한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폐지 여부나 시점보다 얼마나 충실한 대안을 마련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출총제 폐지는 어느 정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정례 브리핑은 권 위원장이 취임 한 달 만에 가진 언론과의 공식 데뷔전이었다.

교수 출신답게 매끄러운 설명이 이어졌다.

논점마다 뚜렷한 소신을 드러냈지만 '강경하다'는 인상보다 '논리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대기업 정책과 관련한 재계의 논리에 대해서는 불신의 벽이 높은 것으로 보였다.

출총제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그룹 총수들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권 위원장은 "그 분(대기업 총수)들로부터 출총제를 대신할 제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새로운 방안을 확정한 뒤 설득하거나 설명하기 위해서라면 몰라도 그 이전엔 만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 부자의 사재 출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이런 얘기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잠깐 머뭇거리다 곧 '소신 발언(?)'을 했다.

그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돈을 내서 여론을 무마하는 것은 전근대적"이라며 "론스타의 기부제안도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총제 대안이 일본식 모델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참고 사례일 뿐"이라고 답했다.

일본은 2002년 11월 한국 출총제의 모태가 된 '대규모 회사의 주식 보유총액 제한제도'를 폐지했다.

대신 '총자산 15조엔 이상 대기업은 5개 이상의 사업분야(각 매출액 6000억엔 초과)에서 각각 자산총액 3000억엔을 초과하는 회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권 위원장은 "일본과 우리나라 재벌은 총수의 유무라는 차원에서 차이가 있다"며 "(일본 외에) 영국과 미국의 적극적인 공시제도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제 등 굳이 출총제가 아니더라도 기업의 소유·지배구조 왜곡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이미 마련돼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기업의 내·외부 견제시스템이 여러 가지 있긴 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 총수의 지배력이 견제시스템 작동을 막을 정도로 강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