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철 < 기술과가치 대표 ynchlim@technovalue.com >

우리는 지난 40여년간 고속 경제성장을 이뤘고,이는 정부가 적절한 정책을 잘 추진한 것이 큰 성공요인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사실 정부가 정책을 개발함에 있어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면 과거가 상대적으로 훨씬 쉬웠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워낙 되어 있는 것이 없었으니까,무엇이든 정부가 정책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런저런 정책을 모두 실행해 보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국가차원의 새로운 목표는 계속 제시되고,공무원들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정책을 꾸준히 생산해야 하는 입장이다.

예전에 3년 동안 300억원을 사용한 정부 연구과제 책임자가 연구시작 시점에 연구기획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그래서 연구결과도 좋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

황당해서 맥이 빠지기도 하지만 3년이라는 연구기간을 성과 없이 보냈다면 결국 동일 기술분야에서 다른 나라와의 격차를 줄이기는커녕 더 넓혀 놓았다는 것 아닌가. 이러한 막대한 국가적 손실은 어떻게 계산할 수 있겠는가. 이는 프로그램 기획에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기술혁신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를 짚어보고 싶다.

기술혁신의 과정은 복잡하고 복합적이다.

따라서 정부가 새로운 기술정책 프로그램을 발굴하려면 충분한 기획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그것도 객관적인 주체의 기획과정이 필요하다.

각 부처 간에는 이미 100여가지가 넘는 기술혁신 관련 지원 프로그램이 개발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각 프로그램이 어떤 성과를 내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부처 간 유사한 정책프로그램이 중복되고 있는 것 같다.

중복으로 인해 발생되는 예산낭비를 모두다 우려는 하고 있지만 특별한 해결방안은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예산 낭비를 줄이려고 정부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대학 교수들과 출연연구원 연구원들의 부적절한 연구비 사용을 막기 위해 공공부문 인력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겠지만,기술혁신 정책과 관련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프로그램 통폐합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새로운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실의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는 새로운 정책개발,혹은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가? 먼저 객관적이고 충실한 데이터가 만들어져야만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이 정보를 통해 기존 프로그램 실효성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다.

또 새로운 프로그램의 기대결과에 대해 시뮬레이션도 가능한 것이다.

콩을 심어야 콩을 수확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새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