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악마 응원 때 동원되는 힘찬 북소리,영화 '왕의 남자'에서 신명나게 울려퍼지는 풍물소리,뮤지컬 '맘마미아'에서 나오는 강력한 음색….이런 소리는 한결같이 분위기를 북돋운다.

그런데 이런 특성은 사람의 귀가 아니라 가슴을 떨리게 하는 '저주파의 미학'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소장 배명진 교수)는 18일 월드컵 응원,사물놀이에서 등장하는 북소리나 영화관 공연장에서 감동을 자아내는 각종 소리는 청각이 아니라 신체로 느끼는 '저주파 사운드'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람의 신체는 북소리와 같은 저주파 사운드를 접하면 저음의 진동을 느끼면서 흥분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 연구를 주도한 배명진 교수는 "월드컵 응원을 할 때 북소리의 경쾌한 리듬으로 인해 사람들은 현장감에 휩싸여 혼연일체가 된다"며 "이는 북소리와 같은 저주파 사운드를 귀가 아닌 가슴의 떨림으로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 교수에 따르면 주파수 대역이 낮은 북소리(200㎐)는 원래 인간의 귀에 약하게 들리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북소리가 현장의 열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이유는 소리의 대부분이 신체의 울림을 통해 전달되는 저주파의 속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배 교수는 "웬만한 가정엔 TV나 비디오가 있는 데도 다들 영화관이나 공연장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사람들은 강한 저음에서 비롯된 가슴 떨림 효과에 자기도 모르게 이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