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식 < 한국교원대 교수·컴퓨터교육 >

IT 산업은 우리 경제의 35%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발전의 핵심 분야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와 서비스 체제에다 우수한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다른 나라들은 최근 들어 IT 인재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학교 현장에서도 컴퓨터교육을 크게 늘리는 추세다.

2006년 발표된 OECD의 PISA(교육정책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학교에서 보유한 1인당 컴퓨터 수에서는 OECD 평균 0.16대보다 월등히 높은 0.27대지만,컴퓨터 활용은 OECD 평균 92%보다 낮은 85%에 머물고 있다.

또 컴퓨터를 학습보다는 취미와 오락용으로 사용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 컴퓨터교육이 외양만 화려할 뿐 내실화에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그 원인은 컴퓨터교육이 과학의 원리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을 통해 창의적인 문제해결력과 논리적 사고력을 신장시키는 교육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활용만 강조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교육정보화 예산의 70%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전체 교육용 PC의 50%가 저성능이라는 불평을 듣게 되고,저성능 컴퓨터와 낡은 버전의 소프트웨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컴퓨터 교과를 중복과 시간 낭비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2005년 11월 교육과정평가원에서 개최된 제7차 교육과정 개정안(시안)에 대한 공청회에서는 컴퓨터교육의 폐지나 다름없는 컴퓨터교육 축소안을 제시해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ICT(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 교육지침에 따라 모든 학생에게 주당 1시간 이상(재량활동의 50% 이상) 컴퓨터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100%). 그런데 개정안은 재량활동의 수업 시수를 1시간으로 축소해 ICT 교육을 근본적으로 차단했다(0%).

현재 중학교 컴퓨터교육은 대부분 학교가 재량활동 시간에 컴퓨터를 선택해 1,2학년에 각각 주당 1시간씩 수업하고 있다(80%).개정안은 이 재량활동 수업 시수도 4시간에서 2시간으로 축소함으로써 한 학년에 1시간만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결국 중학교에서 컴퓨터교과의 선택은 반감(40%)되는 것으로 만들어 놓았다.

또 고등학교에서 컴퓨터교육은 '정보사회와 컴퓨터'라는 과목으로 개설돼 대부분 일반 고등학교가 선택(70%)해 왔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일반 고등학교에서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의 수업선택을 다르게 하도록 해 인문계열에서는 거의 선택하기 어렵게 돼 있고,자연계열도 수능교과인 과학교과와 경쟁하게 해 선택이 반감되도록 만들어 놓았다(전체적으로 20%).

다시말해 초등학교에서는 아예 컴퓨터 교육을 하지 말자는 것이고 중·고교에서도 절반 이하로 수업을 줄이자는 것이 교육과정 개정안의 골자다.

세계가 IT교육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제 와서 아예 손을 놓자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그동안의 컴퓨터 교육에 문제가 없지도 않았다.

그래서 활용 중심 교육에서 창의적 과학 교육으로 바꾸자는 것인데 아예 수업 자체를 없애자는 개정안을 내놓았으니 이 것은 안될 말이다.

이번 교육과정 개편안은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 경우 컴퓨터 교과가 지금까지 재량활동 시간을 이용해 주당 1시간 이상 초·중등학교에서 실시돼온 최소한의 수업은 보장돼야 한다.

또 많은 컴퓨터교육 전문가들이 주장하듯이 컴퓨터 활용보다는 과학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전환돼야 한다.

초등학교에서는 활용중심으로,중·고등학교에서는 과학중심으로 교육해야 마땅하다.

지금의 교육이 불과 몇 년 후면 아이들의 장래뿐 아니라 나라의 미래도 결정하는 것이다.

당국은 물론이고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다시한번 토론해보자.컴퓨터 과학 교육은 각자 알아서 하라는 식으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