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추한 시골집 부엌에서 어린 손녀를 큰 대야에서 손수 목욕시키는 할아버지,병약한 아들의 치료비를 위해 목숨을 걸고 줄타기 곡예에 나서는 어머니,낯선 어른의 거짓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따르는 어린이.

이들과의 인연에서 금불상보다 귀한 보물을 발견하는 도굴꾼.

송창수 감독의 '마이 캡틴 김대출'에는 바쁜 일상에서 잊어버린 지난 날의 삶과 따스한 인정에 대한 그리움이 배어있다.

시골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해 헌신과 희생을 묵묵히 실천한다.

아이들은 세태에 더럽혀지지 않은 동심을 간직하고 있다.

이런 시골 사람들은 금불상을 둘러싸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도굴꾼과 부패경찰 등 도시인들과 대칭을 이룬다. 이로써 황금만능주의를 비판하고 잃어버린 순수를 환기시킨다.

이런 메시지가 훈계조로 전달됐다면 이 작품은 '꽝'이었을 것이다.

도둑과 아이들이 함께 벌이는 유머러스한 소동으로 그려져 있다.

도굴꾼은 금불상의 행방에 단서를 쥐고 있는 두 어린이를 꼬드기기 위해 가짜 문화재 관리단을 결성하고 대장노릇을 한다.

이들이 빚어내는 우스꽝스런 상황에 관객은 웃지 않을 수 없다.

도굴꾼과 두 어린이는 점차 아버지와 자식같은 유사가족을 형성하면서 해피엔딩을 예고한다.

극의 재미는 섬세한 인물묘사에 기대고 있다.

특히 도굴꾼의 부하노릇을 하는 왈패소녀역 남지현의 연기가 가장 돋보인다.

그녀는 어른들에게 존칭을 생략한 채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를 내뱉으면서도 따스한 마음을 싣는다.

수배전단에 그려진 도굴꾼의 사진을 가리키며 "대장 니는 사진보다 진짜가 훠~얼씬 잘생겼따!"고 말할 때 객석에서는 폭소가 터진다.

도굴꾼역 정재영은 자상하지는 않지만 깊은 사랑을 묵묵히 실천하는 전통적인 아버지상을 보여준다.

그는 감언이설 대신 무뚝뚝하게 명령하면서도 어린이들 편에 설 줄 안다.

게다가 아픈 과거를 지닌 '상처입은 영웅' 이미지로 관객의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정재영의 이런 이미지는 전작 '웰컴투 동막골'과 '나의 결혼원정기' 등에서도 발견됐다.

그러나 인물들이 엮는 사소한 에피소드가 영화의 전부라는 게 약점이다.

추격전이라도 강화했더라면 흥미가 배가됐을 것이다.

20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