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승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의 '인맥(人脈)'은 소박하다.

누구나 있는 학과 동기,직장 동료,후배들이 '지인(知人)'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종교활동(기독교)과 관련된 인사들이 많다는 것이 조금 다를 뿐이다.

'장관급 인맥'이라고 이름을 붙이기엔 '2% 부족한' 인적 네트워크다.

권 위원장이 가장 살갑게 대하는 친구들은 서울대 법대 69학번 동기들이다.

그 중에서도 학창시절 함께 '데모'를 했던 친구들과 특히 가깝게 지낸다.

'한벗'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한 달에 한번씩 꼬박꼬박 얼굴을 맞댄다.

정계성 변호사(김&장 법률사무소),장성규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이사,최명의 미래에셋투신운용 부회장,박영헌 삼성중공업 부사장,김명길 부산대 대학원장,서헌제 중앙대 법대 교수 등 20여명이 '한벗' 멤버다.

69학번 동기인 송기영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학창시절 권 위원장을 "말과 행동이 일치했던 친구"로 기억했다.

송 변호사는 "당시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 아니었다"며 "3선 개헌 저지 등을 위해 거의 매일 데모를 했었고 이런 시위를 주도했던 친구가 권 위원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의 386세대 정치인들과 달리 이념적 색채나 야심은 없었고 단지 순수한 열정만 가득했던 청년이었다고 지인들은 입을 모았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관계 진출'에 의아했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한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 지인은 "권 위원장이 사석에서 '주례 선 이후에 (노 대통령이) 한번도 안 불러주더라'라고 농담을 한 적이 있는데 평소 그 친구의 성품에 비춰볼 때 그 말이 100% 사실일 것"이라고 말했다.

'코드 인사 운운'은 근거없는 추측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권 위원장은 학과 선후배와도 돈독한 정을 나누고 있다.

선배 중에서는 이용훈 대법원장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대법원장은 권 위원장이 '아시아법 연구소'를 개설하자 흔쾌히 연구소 이사장직을 수락했다고 한다.

지난해 설립된 '아시아법 연구소'는 '베트남 캄보디아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법 제도 정비작업을 우리나라가 앞장서 도와줘야 한다'는 권 위원장의 지론이 응축된 연구기관이다.

여기에는 우창록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대표),조용환 변호사(법무법인 지평),구대환 서울대 법대 교수,김유환 이화여대 법대 교수,경수근 변호사(법무법인 소명) 등 권 위원장과 평소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권 위원장의 법대 한 해 선배인 호문혁 서울대 법대 교수도 친한 선배 중 앞줄에 선다.

권 위원장은 취임 첫날 모 종교 방송사로부터 "취임사에 특정 종교(기독교)의 색채가 너무 강하게 배어 있다"는 항의를 받자,"타 종교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평소 속깊은 얘기를 숨김없이 나누는 동료 교수님이 계시는데 그분의 종교는 불교"라고 해명했다.

이때 말한 동료 교수가 바로 호 교수다.

이 밖에 서울대 법대의 성낙인 학장,장승화 교수 등과도 친분이 두텁다.

후배 교수 중에도 '열성팬'이 많다.

구대환 서울대 법대 교수는 권 위원장을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으로 꼽았다.

특허청에서 공직생활을 한 경험이 있는 구 교수는 "너무 진솔하신 분이어서 풍파가 많은 공직을 어떻게 배겨내실까 오히려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종섭 서울대 법대 교수,이호영 한양대 법대 교수,이봉의 경북대 법대 교수,홍명수 명지대 법대 교수 등도 '권오승 사단'에 속한다.

권 위원장이 '경제법' 교재를 집필할 때 함께 작업했던 홍 교수는 "후배나 제자들이 찾아가면 항상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분이 권 교수님"이라며 "신년 하례식을 할 때마다 수십명의 제자들이 꼬박꼬박 참석하는 것도 특유의 온화한 성품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학과 관련된 지인들은 많은 반면 고교(용산고) 인맥은 별로 없는 편이다.

이해찬 전 총리가 3년 후배이긴 하지만 거의 모르고 지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종교활동을 열심히 하는 만큼 교회를 통해 교분을 쌓은 사람도 많다.

영화배우 출신 고은아씨(본명 이경희)의 친동생이자 '주님의 교회' 담임목사로 유명한 이재철 목사(100주년기념교회)와 '주님의 교회'에서 함께 장로를 맡고 있는 김재현 생산성본부 회장 등이 권 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들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