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검찰이 비자금 의혹 수사와 관련해 13일 그룹의 핵심 임원들을 체포, 조사함에 따라 수사의 향방과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특히 검찰이 이날 낮 정몽구 회장의 중국 제2공장 착공식 참석을 허용키로 했다고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룹 핵심 임원들을 체포했다고 밝힌 배경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검찰이 이날 체포해 조사중인 현대차의 이정대 재경사업본부장과 김승년 구매총괄본부장은 현대차그룹의 핵심 부사장들이다.

두 명 모두 옛 현대정공때부터 정 회장과 인연을 맺은 뒤 이 재경본부장은 그룹의 '돈줄'을 총괄하면서, 김 구매본부장은 비서실에서 15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정 회장을 누구보다 가까이 보필해온 최측근들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검찰이 이들을 체포해 조사하는 배경과 전망에 대해 갖가지 관측들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관측 중에는 검찰의 이번 수사 타깃이 정의선 사장이나 궁극적으로 정 회장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는 상태다.

즉 검찰이 일단 그동안의 수사에서 어느 정도 혐의가 입증된 만큼 이들을 우선 체포한 뒤 향후 비자금 조성이나 로비, 경영권 승계 의혹 등과 관련한 수사의 '칼끝'을 정 사장이나 최종적으로는 정 회장에게까지 겨눌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검찰은 그동안 비자금 의혹 등과 관련해 정 사장을 출국금지하고 정 회장에 대해서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이 경우 검찰 수사가 정 회장의 그룹내 위상 변화까지 초래함으로써 향후 '경영 공백'에 따른 그룹 경영 차질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검찰 수사의 '칼끝'이 정 회장까지 겨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도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검찰이 비자금 조성이나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해 정 회장까지 겨냥할 만한 물증을 잡지 못해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거나 정 회장의 관련 혐의를 포착했더라도 국가 경제나 사회에 미칠 파급효과 등을 감안해 정 회장에게는 '관용'을 베풀 수도 있다는 기대섞인 전망이다.

최근 재계에서는 강신호 전경련 회장 등 원로 인사들이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을 만나 "현대.기아차 수사가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수사의 파급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태다.

검찰도 이 같은 여론 등을 감안한 듯 13일 "현대차그룹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정 회장의 중국 제2공장 착공식 참석을 허용키로 했다"면서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기업비리 관련 수사를 이번주중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수사가 최종적으로 어디까지 이어질 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이번 수사가 그룹의 경영에 차질을 초래하지 않는 선상에서 조기에 마무리되기를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aup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