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을 홈그라운드로 불러들여 벌인 무역협상 전초전에서 일단 판정승을 거두고, 20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의 `메인 게임'을 벼르고 있다.

지난해 중국과의 교역에서 2천20억달러의 적자를 낸 미국은 11일 열린 미중 고위통상회담과 20일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 시장의 문을 열어젖히기 위한 대대적인 공세를 펼쳐왔다.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라는 업계와 의회의 강력한 요구에 직면한 조지 부시 미국행정부가 중국측에 밀어부쳐온 주요 요구사항은 각종 무역장벽을 낮추고,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며, 위안화 가치를 높이라는 세가지.
미국에서의 대결을 앞두고 카를로스 구티에레즈 상무장관 등 미국 관리들은 미리 중국을 방문, 중국 정부의 가시적인 조치를 촉구했고 자동차 부품 수입제한 문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추진한다고 발표하는 등 강력한 압박을 가해왔다.

또 미 의회는 대중 환율보복 법안을 꺼내들었다 잠시 미뤄놓은 채 중국으로부터 확실한 무역역조 해결책을 받아내라고 부시 행정부를 다그쳐왔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11일 고위 통상회담과 20일 정상회담에서 의회와 업계를 설득할만한 양보를 중국측으로부터 받아내지 못할 경우, WTO제소와 무역보복 조치 등으로 맞설 수 밖에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이런 총체적인 압박 속에 열린 양측간 전초전격인 고위 통상회담에서는 그동안의 주요 현안 해결을 위한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발표됐다.

우선 중국은 자국 내에서 판매되는 컴퓨터에 합법적인 소프트웨어를 사용토록 의무화하는 한편 CD나 DVD 불법 복제품을 생산한 공장은 폐쇄키로 하는 등 지적재산권 단속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보시라이(薄熙來) 상무부장은 미중 고위통상회담에 맞춰 베이징(北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 50개 도시에 지적재산권 침해 제보센터를 설치하고 컴퓨터업체들이 정품 운영체계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중국은 외국 기업에 대해서도 정부조달시장을 개방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로하는 등 무역장벽 완화에 동의했으며, 2003년 12월 이후 중단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도 재개하겠다고 선언, 미국측의 주요 요구사항을 두루 수용했다.

이에 앞서 고위통상회담 중국측 대표인 우이(吳儀) 부총리는 일주일여 동안 200명이 넘는 구매사절단을 이끌고 미국 곳곳을 돌며 총 162억달러어치에 달하는 107건의 구매계약을 맺는 성의를 보였다.

우이 부총리는 미국 상품 수입을 늘리라는 중국 지도부의 지시를 "진지하게 실행해왔다"고 강조하며, 미국과의 무역마찰을 해소하려는게 중국 지도자들의 참뜻임을 강조했다.

이같은 중국측의 적극적인 무역갈등 해소노력에 대해 미국 정부와 업계는 내심흡족해하는 모습이다.

롭 포트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1일 고위통상회담이 끝난뒤 기자회견에서 "오늘 회담이 아주 솔직하고 긍정적이었으며 일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도 12일 중국과의 무역역조 해결에 진전이 있었다며 부시 대통령이 이날 우이 부총리와의 회담에서 "미중간 무역을 보다 공정하게 하려는 노력들에" 사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전미제조업협회를 비롯한 미 업계 관계자들도 중국측과의 통상회담 결과에 대해 일단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실제로 약속을 이행할지 주시할 것이라며 대중 압박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20일 부시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간의 정상회담에서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에 대한 확실한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벼르는 모습이다.

부시 대통령은 우이 부총리와의 회담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다음주 "무역불균형 문제에 대한 중국측의 해결책을 미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시 대통령은 후주석과의 회담에서 위안화 문제를 공식 거론하겠다고 거듭 밝혀왔으며, 미 업계와 의회도 두 사람간의 회담에서 위안화 문제에 대한 획기적인 진전이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포트먼 무역대표부 대표는 11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메시지는 일관되고 분명하다.

중국이 미국시장에 대해 가진 것과 똑같은 시장접근을 미국 수출업자와 농부들, 서비스 제공자들에게도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고위 통상회담 결과와 관련, 구티에레즈 장관은 "결국 숫자가 말해줄 것"이라고말했으며 매클렐런 대변인도 "결과를 주시할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 중국측의 약속 이행 여부를 지켜볼 것임을 강조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