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로 옷을 갈아입는 판사와 검사들이 부쩍 늘었다.자녀 교육,생활고 등 전직이유도 가지가지다.

국내 변호사 수는 8000명을 넘어 1만명 시대로 달려가고 있다.게다가 법률시장 개방이 눈앞으로 다가왔다.변호사는 매달 꼬박꼬박 급여를 받와오던 판·검사 시절과는 판이하다.약육강식의 정글 속에서 스스로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이 때문인지 개인변호사 사무실 문을 여는 것보다 로펌행을 선호하는 추세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인터넷 법률포털사이트 오세오닷컴(www.oseo.com)과 공동으로 지난 6년 간 판·검사에서 변호사로 변신한 736명(검사 342명,판사 394명)의 활동을 분석했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검찰과 법원을 그만두고 개인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는 비율이 5년 동안 22%포인트 하락했다.

대신 로펌으로 향하는 변호사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변호사 업계가 무한경쟁으로 치닫자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미래가 불안한 개업보다는 안정된 수익이 보장되는 로펌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01년부터 올해 2월까지 판사 또는 검사 옷을 벗고 변호사로 전업한 변호사 721명(736명 중 15명은 미정)의 진로를 분석한 결과, 2002년 72.9%(전체 96명 중 70명)였던 개업 변호사 비율이 해마다 줄어 올해는 50%(전체 92명 중 46명)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개업 기피 성향은 검사 출신보다 판사 출신에게서 더 극명하게 나타났다.

검찰 출신의 변호사 개업 비율은 2002년 64.3%에서 2003년 67.2%로 잠깐 증가했다가 2004년부터 다시 61%로 떨어졌다.

이후에는 매년 감소해 올해는 57.6%를 기록했다.

반면 법원 출신의 개업 비율은 2002년 79.6%에서 다음해 60.4%로 급감한 뒤 2004년 64.3%로 잠깐 올랐다가 2005년과 올해 각각 53.6%,47%로 급감했다.

2001년부터 올해 2월까지 로펌행을 택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비율은 26%(2001년)에서 46.7%(2006년)로 20% 포인트 이상 수직상승했다.

특히 법원 출신들이 검찰 출신보다 로펌행 비율이 높은 것은 판사들이 검사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는데다 로펌이 전직 검사보다 전직 판사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2002년 로펌을 택한 전직 판사는 20.4%에 불과했지만 2006년에는 51.5%를 기록했다.

검찰 출신의 로펌행 비율은 2002년 33.3%에서 2003년에는 오히려 26.6%로 떨어졌다.

이후 다시 상승해 올해 34.7%가 로펌에 자리를 잡았으나 법원 출신들보다 로펌행 비율이 17%포인트가량 낮았다.

대형 로펌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검찰 출신들은 주로 형사 사건을 맡을 수밖에 없어 민·형사 사건 모두를 담당할 수 있는 법원 출신들보다 이용가치가 낮다"고 말했다.

대신 검사들은 판사들에 비해 기업에서는 상한가를 치고 있다.

6년간 기업들이 영입한 판·검사 출신 변호사 22명 중 15명이 검찰 출신이었다. 지난해에는 검찰 출신 중 7명이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올해는 1명만이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검찰의 현대차그룹 비자금 수사로 지난 2004년 대선자금 수사 이후 줄어들었던 검사들의 기업행이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