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3편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빨간모자의 진실'(상영 중)과 '아이스에이지2''와일드'(이상 20일 개봉) 등이 잇따라 선보인다. 독특한 소재와 기발한 상상으로 흥미를 자아내는 작품들이다.

'빨간모자의 진실'(감독 코리 에드워즈)은 애니메이션으로는 드문 추리극이다. 산골 마을에서 요리책들이 도난당하고 주인공 '빨간모자'가 용의자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그림형제의 동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원작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가 돋보인다. 빨간모자는 동화 속의 착한 아이가 아니라 당돌한 불량 소녀이며,할머니는 신세대식 익스트림스포츠마니아다. 동화에서 악역으로 등장하는 늑대와 '별볼일 없는' 캐릭터로 나오던 개구리는 특종전문기자와 과학수사반장으로 각각 탈바꿈했다. 이들은 힙합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현란한 스키 실력을 과시한다. '미션 임파서블2''트리플엑스''미녀 삼총사2''매트릭스' 등을 패러디한 할머니의 액션 장면도 볼거리다. 외국 작품이지만 자막 대신 우리말 더빙으로 상영된다.

'아이스에이지2'(감독 카를로스 살다나)는 빙하기에 살던 동물들이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대홍수를 겪는 위기를 코믹하게 풀어냈다. 피난길에 오른 맘모스 '매니'를 비롯한 호랑이 나무늘보 등 동물 3총사는 맘모스 종족의 멸종을 막기 위해 특수작전을 펼친다.

인류의 당면 과제인 환경 재난과 생명의 멸종위기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다. 또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낙관적인 인생관도 가르쳐 준다. 미국 필라델피아인콰이어러지는 전편보다 나은 몇 안되는 속편으로 '대부2''토이스토리2' 등과 함께 이 작품을 꼽았다.

'와일드'(감독 스티브 스파즈 윌리엄스)는 뉴욕 동물원에 사는 동물 5총사가 실종된 어린 사자를 찾아 야생의 세계로 떠나는 모험담을 그렸다. 사자와 기린 다람쥐 코알라 아나콘다 등이 성격과 생김새를 초월해 맺는 우정이 감동적이다. 사자를 우습게 아는 뉴욕 뒷골목의 강아지,먹이사슬 체계를 전복시키고 상층부에 올라서려는 초식동물 영양떼 등 고정관념을 뒤엎는 캐릭터들이 웃음을 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