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8일 오전 4시55분께 미국 LA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KE012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정 회장은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곧바로 양재동 본사로 출근해 임원회의를 여는 등 경영 공백 메우기에 나섰다.

정 회장은 귀국 직후 공항에서 "(물의를 일으켜)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힌 뒤 "검찰 조사에 언제든지 응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비자금 조성 사실을 보고받았느냐는 질문에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금융 브로커 김재록씨와의 친분에 대해 "이름만 알고,지나가다 악수나 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비자금의 사회환원 여부와 관련,"검토해본 적 없고 생각해본 일 없다"고 답변했다.

미국 방문 활동에 대해 정 회장은 "기아차 R&D(연구개발)센터를 봤고 미국 조지아주 기아차 공장 기공식을 4월에서 5월 중순으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공항에서 양재동 본사로 이동한 정 회장은 임원들로부터 현안을 보고받고 밀린 결재서류를 처리하는 등 정상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정 회장은 일요일인 9일에도 사무실에 나와 주요 부서 임원들과 경영 현안을 논의하고 법무실 관계자들과 검찰 소환에 대비한 회의도 주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검찰 수사에 동요하지 말고 평소와 같이 업무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며 "정 회장은 앞으로 별다른 행사나 일정이 없으면 본사에 출근해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이 귀국하면서 현대차그룹도 바쁘게 돌아갔다.

주요 임직원들은 토요일에 이어 일요일인 9일에도 대부분 정상 출근했다.

다만 정 회장이 2주일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지만 검찰 소환이 예정된 데다 해외 사업들의 차질도 불가피해 여전히 긴장된 분위기였다.

정 회장은 검찰 소환 일정 등을 감안해 이달 18일로 예정된 베이징현대차 제2공장 착공식과 2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우드로 윌슨상 수상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8일 새벽 인천공항 입국장에는 정 회장을 취재하려는 취재진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현대차그룹 임직원들 간 거친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공항에는 김동진 부회장과 이전갑 부회장 등 현대차그룹 임직원 300여명이 마중나왔고,취재진도 200명 이상 모였다.

이건호·오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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