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홍 < 미래에셋생명 사장 jhyoon@miraeasset.com >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주춤하던 주식시장도 재상승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다는 장밋빛 전망이 솔솔 전해져 온다.

경기가 살아난다니 정말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620만명 가까이 늘어난 자영업자들이 소비시장 위축과 경쟁 심화로 매출 감소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정말 반가운 일이다.

소비심리가 되살아나면 시중자금의 흐름이 빨라져 경제의 역동성이 증가하고 사회 전체에 활력이 넘치게 된다.

소비는 생산을 증가시키고 소득을 확대시키는,시장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이처럼 소비에서 비롯되는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일부 무분별한 과잉소비 문제는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 비용으로 평균 1억2000만원을 지출했다고 한다.

대형 디지털TV,양문형 냉장고는 기본이고 식기세척기,공기청정기 등 온 집안을 최신식 가전 제품과 가구로 가득 채우다 보면 그 정도의 비용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단칸방에서 이불 담요만 갖고 출발했던 옛날을 생각하면 지금의 결혼 풍습은 과잉소비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억원을 들인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포장만 화려한 100만원짜리 초콜릿,점점 고급화되는 레스토랑에서의 아이들 생일파티 등은 '정말 너무한다' 싶은 과잉소비의 단면들이 아닌가 한다.

이와 같은 과잉소비는 여러가지 사회적,환경적 문제의 원인이 된다.

과잉소비 자체가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고 저소득 계층의 소외감을 불러와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또한 과잉소비는 자원의 고갈이나 환경오염과 같은 지구 환경 파괴의 주범이 된다.

인간이 소비하는 모든 것은 자연에서밖에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환경재앙의 원인으로 꼽히는 지구 온난화 역시 과잉소비가 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멀쩡한 침대를 버리고 최고급 침대로 바꾸기 위해서는 아름드리 나무를 베어야 한다.

'지구는 후손들에게서 빌려온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지구에서 살 권리도 있지만 보존해야 하는 의무도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씀씀이를 10%씩만 줄여보자.그것도 힘들다면 5%만이라도 줄여보자.노후를 대비해 자금을 축적하는 것도 좋을 것이고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해도 보람된 일일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1년간 쇼핑을 중단했던 경험을 소재로 한 책이 화제에 오르고 있다고 한다.

저자인 주디스 레빈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보고 싶은 영화도 못 봤지만 과잉소비 습관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태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주디스 레빈은 참으로 소중함 경험을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