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어른들은 인생의 황금기로 예찬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고민많은 시련기로 받아들인다.

출구는 찾기 어렵고 희망의 등불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영화 '태풍,태양''발레 교습소''고양이를 부탁해'등은 젊은이들의 이런 통과의례를 진지하게 다룬 작품들이다.

조창호 감독의 '피터팬의 공식'은 이들 작품에 비해 풍부한 상징과 비유를 동원해 성장통을 극단으로 묘사한다.

19세의 고교 수영선수 한수(온주완)는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고,어머니마저 혼수상태다.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학교마저 그만둔 그에게 미래는 절망과 암흑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도달한 결론은 '차라리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이다. 어머니의 자궁으로 돌아가려는 한수의 몸짓은 충격적이다.

식물인간 상태의 어머니와 옆집 아주머니를 대상으로 두 차례 시도하는 이 장면은 성장을 거부하는 '피터팬 신드롬'이란 주제를 효과적으로 집약했다. 어머니가 누워있던 병원침대에 한수가 태아처럼 눕는 장면도 모태회귀의식을 보여준다.

한수의 이런 행위는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의 '양철북'에서 어른들의 '더러운 세상'에 진입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추락해 성장을 멈춘 오스카의 행동보다 한걸음 나아간 것이다.

이 영화에서 혼수상태의 어머니는 한수의 자립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묘사돼 있다. 한수의 희망인 수영을 포기하게 만들고,병구완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퇴행적인 범죄행위로 이끄는 까닭이다. 한수가 어머니의 안락사를 기원하는 장면은 성장통이 얼마나 극복하기 어려운 것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금기의 성(性)'이 가감없이 묘사된 대목은 인상적이다. 소년가장인 한수에게 필요한 것은 '밥'이 아니라 자위행위다. 한수는 어머니의 병상 옆에서도 섹스와 자위에 대해 끊임없이 상상한다. 자위는 삶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진통제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부탁해'는 20세 여자들의 성문제를 외면했고 '태풍 태양'과 '발레교습소'도 어른의 시각으로 성 표현 수위를 완화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청소년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려는 의지가 더 뚜렷하다.

13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