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국민 경제교과서'라며 지난해 발간한 경제교재 '알기쉬운 경제이야기-고등학생편'이 2001년 삼성경제연구소가 출판한 '포인트 경제학'을 상당 부분 그대로 베낀 것으로 밝혀졌다. 한은은 이 같은 지적이 일자 5일 이 책자를 전국 서점에서 전량 회수,판매를 중단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날 "작년 4월 출간한 '알기쉬운 경제이야기(약칭 알경)' 4권 중 고등학생편의 본문 내용 약 60~70%가 삼성경제연구소의 '포인트 경제학' 본문과 똑같다는 게 뒤늦게 발견됐다"며 "중앙은행이 다른 책자를 베꼈다는 논란이 일 수 있어 시중에 판매 중인 책자를 모두 회수했다"고 말했다. 실제 총 6부로 이뤄진 '알경' 내용 중 1부 기초 다지기,2부 시장 이해하기,3부 경제주체 이해하기,4부 나라경제 이해하기의 본문과 예시문 70% 이상이 '포인트 경제학' 본문을 토씨도 바꾸지 않은 채 발췌해 쓰여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 5부 금융과 국제경제 이해하기와 6부 마무리하기 중 본문 20~30%도 '포인트 경제학' 본문과 똑같았다. 김학렬 한은 경제교육센터 원장은 "책자에는 밝히지 않았지만 알경의 실제 집필자가 '포인트 경제학'의 저자인 전 서강대 교수 K씨"라며 "K씨가 한은도 모르게 자신의 과거 저서를 베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은도 피해자"라며 "K씨에 대해 원고료로 지급한 2500만원의 반환과 한은의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알경(고등학생편)에 실제 필자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K씨가 작년 초 대학 입시 부정으로 교수직에서 파면된 상태여서 밝히기가 곤란했다"고 해명했다. K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알경 원고를 모두 직접 쓴 것은 맞다"면서도 '포인트 경제학'을 베낀 것에 대해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알경이 한은의 대표적 경제교재인 데다 저작권도 한은이 갖고 있기 때문에 한은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외부 필자의 원고 감수 과정에서 다른 책을 베낀 사실을 적발하지 못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지난 2월 새 5000원권 리콜 이후 또 다시 중앙은행의 명예에 오점을 남겼다"고 말했다. 알기쉬운 경제이야기는 한은이 8억6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국민 경제교재로 초등학생용,중학생용,고등학생용,일반인용 등 모두 4권으로 구성돼 있다. 이 책은 12만부가 각급 학교와 공공 도서관 등에 무료 배포됐고,2만4000부는 시중 서점에서 유료로 팔렸다. 차병석♥김동윤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