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인 이동연씨와 김용수씨.40대 초반의 이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재산이 비슷했다.


하지만 3년 전 은행 대출 한 건으로 평행선을 달리던 이들의 재산은 크게 벌어졌다.


'굶어 죽더라도 빚은 절대로 안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이씨.그는 3년 전 큰 마음 먹고 자기자금 2억원에 은행 대출 5000만원을 보태 2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장만했다.


반면 김씨는 자기자금 2억원에 은행에서 2억원을 대출받아 4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했다.


이씨의 아파트는 지금 3억5000만원 남짓하지만 김씨 아파트는 7억원을 호가한다.


은행 대출을 상계하면 두 사람 간의 재산 격차는 3년 만에 2억원으로 벌어진 셈이다.


이처럼 부채(대출)도 적절히 활용하면 '보약'이 되는 것을 주위에서 자주 목격한다.


김인응 우리은행 PB팀장은 "수년 전 강남권에 아파트를 매입해 지금 큰 평가 차익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은행 대출을 적절히 활용했다"고 전했다.


물론 가급적 빚을 지지 않는 게 좋은 것은 사실이나 빚이 없는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투자를 위한,다시 말해 레버리지(leverage:지렛대 원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투자형 부채는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서는 일정 한도 내에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만 부채를 통한 레버리지 효과를 누리되 과도한 부담으로 가계의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가계의 적정 부채비율은 어느 수준일까.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재무설계를 위해서는 매월 부채 상환액이 월 순소득의 40%를 넘지 않도록 유지하라고 권고한다.


부채의 성격에 따라 적정 부채비율이 달라질 수 있지만 카드할부금 자동차할부금 신용대출 등 실생활과 직접 관련된 '소비성 대출'은 소득의 20% 이내가 바람직하다.


또 주택담보대출,재산세,보유세 등 주택 관련 대출은 35% 이내로 유지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권유다.


권대홍 AIG생명 CFP는 "주택 관련 부채가 있는 경우 소비성 부채를 포함해 총부채 비율이 40%를 넘으면 연리금 상환에 부담이 발생하며,50%를 초과하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레버리지가 '양날의 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타인자본(부채)을 지렛대 삼아 부동산 등에 투자할 경우 위험이 배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억원의 자기자금으로 2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한 A씨와 2억원에 1억원의 대출을 보태 3억원짜리 집을 산 B씨가 있다고 하자.아파트 가격이 3년 후 10% 하락한다면 A씨는 2000만원의 손실을 보는데 비해 B씨는 3000만원의 손실을 입게 된다.


빚은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레버리지를 통해 주식 투자에 나서는 것은 절대금물이다.


주가의 변동성이 부동산보다 심해 자칫 평상심을 잃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인응 PB팀장은 "3·30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만큼 아파트에서도 과거처럼 레버리지로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적정 부채비율을 보수적으로 유지할 때라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